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하여
조직과 구성원들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 기준으로 삼느냐가 기업의 문화를 결정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 그들의 최대 강점은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그 가치를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에 있다. 구글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4가지 가치는 Trust&Ownership, Mission, Transparency and Voice로 이런 가치들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구글의 인사책임자인 라즐로 복은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의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부분에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으며, 이는 구글의 사람과 조직운영 방식이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믿음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밝히는 책이다. 직원에게 자유를 줄 때 얼마나 큰 힘이 발휘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구글은 사람이 본질적으로 선하며 신뢰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 이 말의 의미는 직원에게 정직하라 또는 투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을 향해 정직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의 Trust는 ① 직원 개개인의 능력(Capability)에 대한 믿음과 ② 직원 개개인의 선한 의도(Good Intent)에 대한 믿음 두 가지로 풀어낼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은 구글러로 하여금 Ownership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바탕이다. Ownership을 가진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고, 계속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거라 믿고 자유를 준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들에게 자유를 줄 때에 그저 아무렇게나 할 수 있게 내버려 둔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를 펼칠 수 있는 영역은 정해준다. 그 영역은 바로 Mission이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때,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모든 판단 기준은 바로 ‘Mission에 부합하는가’이다. 다른 많은 기업들도 가치관 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글은 직원들이 실제로 Mission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Mission에 맞다면,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추진해볼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구글의 Mission은 구글 문화의 시금석이 된다. 구글의 Mission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사명은 단순하고도 명료하다. 이러한 사명은 직원들의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구글의 사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최종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실이 끊임없는 혁신과 새로운 영역을 찾는 동기가 된다.
그렇다면 모든 직원이 사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게 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미를 느껴야 한다. 그 의미를 제대로 느끼고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회사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쉬워진다.
애덤 그랜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에서 소개하는 연구결과는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가 돕는 사람을 직접 만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동기부여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구글에는 소상공인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온라인으로 광고하는 일을 돕는 직원들이 있다. 이 직원들이 하는 일은 구글에서는 변방 업무일 수 있었다.(새로운 어플을 개발하거나, 멋진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직원들이 하는 일은 단순히 광고를 파는 일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일이었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을 통해 20퍼센트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고, 전율을 느끼며 고무됐다. 이러한 ‘마법의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공유하게 하는 것으로 구글 직원들은 구글이라는 회사의 사명에 보다 단단하게 연결된다.
구글의 오픈소스 분야를 이끌던 크리스 디보나(Chris DiBona)는 ‘공개성 원칙(default to open)’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정보를 공유될 수 없다가 아니라 공유될 수 있다고 가정해보라. 정보를 제한하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또 거기에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글은 이런 발상을 기본 전제로 운영된다.
구글의 신입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출근 첫날에 구글의 거의 모든 코드에 접근할 수 있다. 구글의 사내 인트라넷에는 제품 로드맵, 제품 출시 계획, 그리고 직원 및 팀의 분기별 목표(OKR) 및 직원별 주간 활동 현황이 모두 담겨 있다. 누구나 다른 직원이 현재 무슨 일에 매진하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TGIF(Thanks Google, It’s Friday) 미팅은 창업 초기 금요일에 CEO가 전 직원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으로 출발하여, 규모가 커진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시간 화상으로 생중계를 하며, 참석하지 못한 직원을 위해 녹화되어 인트라넷에 공개된다.(미국 시간 금요일 오후가 토요일인 아시아권 직원들을 위해 현재는 목요일 오후에 진행한다.) 최고 경영진은 구글이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 등 비즈니스에 대한 많은 내용들을 이 자리를 통해 직원들과 공유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공유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주제가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이 질문과 토론의 대상이 된다.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고, 그 자리에서 답변하지 못한 질문들에 대한 답도 빠른 시간 내에 제공된다.
GoogleGeist 설문은 구글의 전 직원 중 약 90% 이상이 참여하는 설문이며, 이 결과를 직원들에게 공개한다. 100명 이상의 규모의 조직이면 어느 직원이든 자유롭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공개된다. (물론 개개인의 답변 결과는 알 수 없다.) 자신이 참여한 설문의 결과를 보고 어떻게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액션이 취해지는지 아는 것이 Trust와 Ownership을 더욱 굳건하게 해 주고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게 만들어준다고 구글은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팀원들에게 회사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은 팀 단위의 결과도 상세하게 공유한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잘못하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음에도…)
* Geist는 독일어로 ‘정신’이라는 뜻임. GoogleGeist = 구글 정신
구글의 투명성 원칙은 기본적으로 필요성에 기초한다. 단순 호기심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 정보를 통해 실행할 Action이 있고 impact가 있다면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구글에서 사생활은 개인의 권리라는 인식이 강하게 지배하기 때문에, 개인 그리고 사용자 관련된 자료는 철저하게 보호된다.
요즘 Psychological Safety(심리적 안전)은 기업문화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구글은 직원들이 어떤 의견도 낼 수 있는 문화가 있다. 채용에서부터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구글은 기본적으로 Position이나 상하관계를 넘어 상대방을 존중하는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전을 만들어주는 데에는, 회사와 관리자와 직원 간의 Trust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회사와 관리자는 직원들을 믿고 필요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제공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목소리(Voice)를 듣기 위해서이다. 좋은 의견을 내주길 기대하면서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생각의 범위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투명하게 제공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도 망설이지 않는다. 직원들은 관리자의 횡포로 좋은 의견이 묵살되거나 무시당할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구글에서 의사결정은 한 명의 관리자가 단독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Committee를 통해서 이루어지거나, 혹은 설문이나 토론 등의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의사결정의 주체들은 항상 Mission과 회사의 목표/비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채용, 승진, 평가 등이 나의 관리자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직원들이 건설적인 의견을 제안하는 것이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설령 어떤 관리자가 이런 심리적 안전을 파괴하여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구글 가이스트 설문이나 Manager Survey를 통해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한 또 다른 Voice를 낸다. People Partner는 직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관리자가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코칭을 지원한다. 코칭은 대부분 관리자의 관리자(Manager of Manager)를 통해 이루어진다. 개선이 되지 않는 관리자는 관리자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다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간다. (단, 이런 내용은 직접적으로 평가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구글 가이스트든, Manager Survey든 다양한 방식의 목소리는 꼭 어떤 형태로든 구글의 변화에 반영이 되고 있다는 믿음이 조직 내에 뿌리내려 있다. 심리적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구성원들은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구글이 계속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구글의 여러 제도들을 살펴보면 사실 새로운 것이 많지 않다. 많은 다른 회사들에서도 시도해 본 것들이고, 기아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고, 장치가 있고,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무엇이 구글을 특별하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의 가치 Trust & Ownership, Mission, Transparency, and Voice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으며,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공감하면서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생각]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구글과 같은 기업문화를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먼저 Mission과 Vision, 핵심가치 등을 정의하고 구성원에게 그 내용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직문화와 직원 몰입도에 조사도 매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뿐만 아니라 구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보상제도도 있고, Talent관리나 복리후생 제도 등은 구글보다 더 좋은 경우도 많다.
IT업계에 속한 구글과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성이 다르고,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구글과 같이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고 있을까?라는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라는 대답이 먼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즉, 기업의 변화는 새로운 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제도와 장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