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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jun Oct 31. 2019

[매그넘 인 파리 ③] 파리는 날마다 축제

1960 - 1969 혁명은 계속된다/1970 - 1989 세계문화 수도

낭만과 혁명 사이에서 (1960 - 1969)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 가족은 파리 5구의 라틴지구에서 머물렀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소르본 대학이 있었다. 당시에는 소르본 대학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혁명의 한가운데 있었던 대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번쯤 방문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이런 역사적인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파리는 낭만의 도시인 동시에 혁명의 도시이기도 하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교수대로 보냈던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을 시작으로 1871년까지 크고 작은 혁명과 쿠데타 분규가 파리를 흔들었다. 이처럼 뿌리 깊은 혁명의 전통 아래서 20세기를 장식한 사건이 68혁명이다. 1968년 5월 소르본 대학에서 교육제도의 부조리에 불만을 품고 있던 대학 내의 소요가 확대되면서 학생과 경찰 간의 극렬한 격투 끝에 400여 명이 다치고 200여 대의 차량이 부서지거나 전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학생들의 움직임에 1,00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파업에 가세하면서 68혁명은 정점에 달했다. 68혁명의 결과로 소르본을 포함한 기존의 파리 대학을 13개의 종합 대학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 기본법안'을 제정한다. 이로 인해 1971년 소르본 대학은 '파리 1 대학'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7개의 독립적인 대학들로 분할된다. - [매그넘 인 파리]




   브뤼노 바르베는 68혁명의 순간을 잘 포착한 사진작가이다. 아래 사진에서는 어두운 밤 시위대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잘 포착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거리 한복판에서 최루 가스를 피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빠른 속도가 느껴졌고, 최루 가스의 고통을 피해 어디론가 숨으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도 함께 읽을 수 있는 듯하다.

최루탄 가스가 터지는 시위 현장, 1968년




   그의 또 다른 사진으로 68혁명 시위대의 한가운데서 신호등 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바스티유 광장의 자유의 수호신이 흐릿하게 보인다. 바스티유 광장은 1787년 프랑스혁명이 발발한 역사적 장소이고, 자유의 수호신은 억압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68혁명의 시위대 그리고 신호등 위의 참가자와 바스티유 광장의 자유의 수호신이 대비되면서 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굳건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 : 세계의 문화수도 (1970 - 1989)


   1981년 대통령에 취임한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은 퐁피두 센터에 영감을 받아 파리의 경관을 바꾸는 '그랜드 파리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파리에는 오르세 미술관, 오페라 바스티유 극장, 아랍세계연구소 등이 건설된다. 그러나 '그랜드 파리 프로젝트'의 백미는 궁전 전체를 미술관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루브르 박물관의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인 그랑 루브르(Grand Rouvre) 프로젝트였다. 당시 루브르 박물관은 편의시설 부족과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극도의 혼란함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루브르 박물관이 세계 최고의 박물관에 걸맞는 위상을 되찾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20억 프랑(한화 3,000억 원)을 투입한 그랑 루브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건축가로 미국의 이오 밍 페이가 선정되면서 루브르의 피라미드 건설은 많은 논쟁을 양산했다. 그러나 1986년 완공된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는 21세기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기념비로써 확고한 위상을 지니게 된다. - [매그넘 인 파리]




   '파리의 카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가 아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설명문이 있었다. 우리의 카페는 예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담소를 나누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파리의 카페는 그 목적이 조금 다르다 한다. 파리의 카페는 일종의 아카데미이며,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으로 그야말로 커뮤니티로 기능을 해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파리에 있는 동안 들렀던 카페는 한국에서 보던 카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즘은 이런 기능을 하는 카페가 따로 있는 것일까? 지식인들이 모여 그들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기능을 했던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파리의 카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가 아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파리시장일 때의 사진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사뭇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통해 강인하고 강한 소신을 가졌을 것 같은 그의 성격이 느껴지는 듯하고, 저 순간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1977년부터 1995년까지 18년간 파리시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이 당시 파리를 바꾸기 위한 굵직굵직한 움직임들이 많았는데 그의 손을 통해 파리의 현재 모습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파리 시장이었을 때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매그넘 인 파리]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사진 중 하나이다. 센강에 홍수가 났는데도 한 커플이 키스를 나누고 있다. 수신기에서 흘러나오는 설명이 없었다면 홍수 속에서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고 있는 로맨틱한 사진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사진작가 패트릭 자크만이 연출한 사진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머리를 한대 '꽝'하고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그는 사진이 아무리 객관적 사실을 담는 기계라고 하지만 그 사실 속에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기 마련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렇듯 사진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라본다면 우리가 보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가 바라보는 '사실'이 정말 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간 것인지 항상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많은 정보/콘텐츠가 오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기준을 가지지 않고 본다면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에 휩쓸려서 '의도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사실일까? 만들어진 사실이 나중에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그렇다면 만들어진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할까? 사진 한 장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의 사진 중 내 Best of Best!

   

센강의 범람, 1978년




   루브르 박물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지난 8월 여행을 통해 방문했던 루브르 박물관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그리고 루브르의 피라미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서 바라보는 피라미드의 모습은 큰 인상을 남긴다. 과거의 왕궁을 박물관으로 바꾼 것에서 과거의 모습을 그리고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를 통해 현재(또는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 아닐까. 하지만 지어질 당시에는 큰 비판을 받았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역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마찬가지 아닐까?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항상 두렵고, 누군가의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용기와 추진력이 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 내부에는 사진작가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작가 여섯 명이 차례대로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이도 수신기를 들고 마치 사진작가가 된 것처럼 진지하게 포즈를 취한다. 파리에 다녀온 것을 제법 잘 기억하고 있었고, 사진을 보면서 파리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이야기도 많이 하였다. 이번 전시회가 아이들에게도 파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을 들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전시된 '파리의 현재'를 만나기 위해 발검음을 옮겼다.


사진작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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