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어윗 특별전
앨리엇 어윗은 현재 나이 91세로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 작가 중 최고령이다. 사진계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이번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에서는 엘리엇 어윗의 작품 40여점이 특별전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사진들 속에는 위트가 있었고, 파리를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눈길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섹션이다. 역시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나에게 이번 전시회 속에서 파리를 단 한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 답으로 아래 사진을 꼽을 것 같다. 마치 뮤지컬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캡처해 놓은 듯한 사진이다. 그리고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를 설명하는 포스터의 대표 사진으로 뽑힌 사진으로 이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준 사진이기도 하다.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너무나도 좋은 곳들이 많지만 나라면 단연 에펠탑을 선택할 것이다. 그 에펠탑이 멀리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에는 한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고, 한 가운데는 우산을 들고 높이 뛰는 사람이 보인다. 그는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보는 사람은 기분이 좋지만 그 과정은 생각만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
우선 가운데 뛰어오른 사람의 높이, 다리를 벌리는 각도 등이 중요했을 것이고, 이 사람이 뛰어올랐을 때 에펠탑이 가리지 않도록 정확한 위치와 높이로 뛰어올라야 했을 것이다. 이 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수 없이 많이 뛰어올랐을 것이고, 점프를 했을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셔터를 누르는 사진작가 역시 매우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지난한 과정 동안 오른쪽에 서있는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고 있었어야 할 것이다.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이런 사진을 완성한 그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지는 듯해 사진을 보는 동안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앨리엇 어윗은 개를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의 사진 속에도 개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나는 아래 사진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무심하게 앉아 있는 강아지, 그리고 그 강아지를 바라보는 노신사. 여유롭게 앉아 있는 강아지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일까? 근하게 말을 걸려는 것일까? 아니면 싸우려고 하는 것일까? 보는 사람의 생각과 그 당시의 느낌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이 순간을 포착한 그의 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와 같은 멋진 말을 남기고 이런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순간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같은 것을 보더라도 새로운 것을 느끼고, 깨닫고, 알아갈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봐야겠다.
당신이 어디서 사진을 찍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그 어디에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뭘 찍느냐의 문제이다 - 엘리엇 어윗
1970년대 파리의 거리를 바라본 엘리엇 어윗의 사진이다. 지하철 역을 통해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듯한 가게의 점원이 눈에 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50여년 전이겠지만 우리 가족이 파리에 머무르면서 자주 보아왔던 지하철 역의 풍경과 너무 닮아 있어 반가웠던 사진이다. 사람들의 옷차람 역시 현재로 그대로 옮겨도 좋을 정도로 잘 꾸며 입고 있는 듯하다. 역시 패션의 도시, 파리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진이다.
파리를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느낌.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보존해준다"와 오드리 햅번의 "파리는 언제나 좋은 생각이다"라는 말이다. 2019년 여름, 나와 우리 가족은 언제나 좋은 파리에서 시간을 보냈고, 파리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우리의 영혼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전을 통해 다시 한번 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의 중반부에는 "문득 파리, 눈 앞의 파리 - 당신이 꿈꾸는 파리의 모습을 적어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이 생각하고, 꿈꾸는 파리의 모습을 적어 전시회 한 구석에 남겨두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 중 하나였던, 2019년 파리여행. 즐거운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좋은 전시회를 준비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남겨두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