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면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평균의 비극 : 상대평가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평가하고 있다. 상대평가는 평가 등급별로 일정한 인원 비율을 설정해두고, 매년 그 비율에 따라 직원들에게 평가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상대평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성과주의 인사제도(저성과자 퇴출 등)는 한때 GE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선진 경영 기법으로 널리 도입되었으며, 이제는 우리나라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상대평가의 적용으로 인해 모두가 높은 높은 성취를 거두었다고 해도 그중에서 반드시 일정한 비중은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 못했다고 해도 누군가는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관심과 목표는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또는 좋은/위대한 회사 만들기'와 같은 절대적인 우수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된다. (=평균 정도만 하면 된다)'는 식의 상대적인 우위와 내부 경쟁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직장 내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평균의 비극'이다.
여기에 한국식의 연공주의가 결합될 경우,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ex. 승진자 몰아주기 평가 등) 직원들이 본인이 받는 평가가 성과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연공에 기반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심지어 평가는 그 목적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상대평가는 직원들에게 점점 더 신뢰를 잃게 되고, 불신과 불만은 쌓여만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대평가에 대한 반성
최근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상대평가에 대한 반성, 그리고 절대평가에 대한 관심과 같은 커다란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평가제도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반성 그리고 평가를 통해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지 고민을 시작하면서 나타난 변화일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으로 밀레니얼 세대 / Gen Z 등 기존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부상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평가가 직원들을 벌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변화들이 나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상대평가에 대한 보완 : 절대평가와 피드백 방식의 도입
글로벌 기업 중 상대평가를 대표하는 기업인 GE와 Microsoft도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도입 및 피드백을 강화하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GE는 'PD@GE'라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Mircosoft는 새로운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한 이후 Stock Ranking을 폐지함으로써 '새로 고침(Hit Refresh)'을 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두 기업에서도 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동기 부여하고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핵심인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Google, Facebook, Netflix 등의 기업에서도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을 기반으로 한 피드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의 IT기업과 현대/기아차, LG전자, SK텔레콤 등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이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성원에게 맞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
'평균의 종말'에서 시작하여 우리 주변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평균의 비극인 상대평가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상대평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이야기했지만 상대평가가 무조건 잘못되었고, 절대평가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평가방식에는 그 장단점이 분명하다.
오히려 지금까지 각 기업이나 구성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상대평가를 도입하여 운영한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해당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고, 그 제도를 통해 더 나은 기업/구성원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오늘의 생각]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가라고 하면 누군가와 비교를 하게 되는 상대평가를 받으며 살아왔다. 내가 잘하기보다는 누구를 이겨야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를 이기게 되면 안심을,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불안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한 개인이 동기부여가 되는 방향이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의한 것이라면 참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순가에 동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도 짧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나의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이 되어서야 나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고, 나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것을 드디어 찾았고, 앞으로 나도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