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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소연 Feb 19. 2022

책바

이제는 너무 핫해졌지만

 

연희동 '책바'를 알게 된 것은 2017년인가, 2018년도의 일일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면서도 세상과 아주 단절되고 싶지 않을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술이 필요하고 글도 쓰고 싶은 날에도 이곳을 찾았다. 약속이 파투 나고 저녁 시간이 애매해졌을 때에도. 그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곳은 매우 핫한 장소였지만 사실 지금 위상에 비할 것은 못되었다. 유 퀴즈에서 사장님이 나올 때 '어? 책바 사장님이네?'라는 반가움도 잠시, 왠지 나만 알던 보물이 이제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책바'는 신촌역 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 사러가 마트에서 내리면 건너편 스타벅스 뒤편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골목을 놓치지 않고 들어가면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계단의 뒤편에 아늑하게 자리한 이 공간을 찾을 수 있다. 깔끔하고 단정하다. 가게 전반의 불빛은 어둡지만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데 불편함은 없다. 각 테이블마다 조명 세팅이 잘 되어 있어 오히려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책바'의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 볼 수 있는 책의 공간. 이곳에는 두 개의 테이블과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사장님의 취향에 따라 큐레이션이 된 판매용 책들과 손님들이 읽을 수 있는 헌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공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동식 책장을 밀면 바형 테이블의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가장 빨리 찬다. 가게의 가장 중심부인 데다 사장님이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으니 경쟁이 치열할만하다. 이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책상이 두 개 배치되어 있다. 바형 테이블도 좋지만 난 이 안쪽의 공간을 가장 좋아한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을 받으며 글을 쓰면 내가 마치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이 언제라도 나올 것만 같은 느낌.

 

공간 자체도 훌륭하지만, 운영체계나 마케팅에도 세심함이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반씩 마감 송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든지, 매년 한 번씩 술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받는다든지 하는 이벤트들이 있다. 또한 사장님은 눈썰미가 좋아 손님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며 손님들의 물컵이 비거나 안주 그릇이 비는 텀이 없도록 신경 쓴다. 얼핏 보면 어렵지 않은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책바'에서 흐르는 시간은 바깥의 그것과 조금 다른 호흡으로 흐른다. 좋은 책과 좋은 음악과 맛있는 술과 함께한 경험 속에서 밤은 깊어가고 내 글은 자란다.


<운영 시간> 

코로나 : 오후 5시-오후 9시

코로나 전 : 오후 7시 - 다음날 새벽 1시

사장님 책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

인스타그램 : @chaeg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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