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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소 May 24. 2020

감염병과 개인정보

감염의 불안은 덜고 개인정보는 지키는 기술

코로나 19 아직 진행 중이다. 두가 숨죽이던 로운 봄을 지나 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 이렇게 여름이 오나 하는 기대는 잠시였다. 황금연휴를 맞아 오랜 집콕에 지친 대한민국이 북적북적했다. 그리고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확진자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태원에서 지역감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전국 각지에서 n차 감염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가 이태원에서 나왔다며?

이태원 다녀온 ㅇㅇ씨(00세,ㅇ)는 ㅇㅇ지역의 ㅇㅇ분야  ㅇㅇ사 ㅇㅇ층에 근무 중이며, 그날 밤 00시부터 00시까지 ㅇㅇ,ㅇㅇ,ㅇㅇ에 방문했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료 ㅇㅇ씨는...


확진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궁금한 사람은 물론이고 궁금하지 않은 사람조차도 ㅇㅇ이 몇 살인지, 성별이 무엇인지, 회사는 어디인지 한 가지쯤 알게 되었다. 뉴스는 입을 오르내리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구체적이 되었다. 때로는 거짓 정보와 추측이 섞여 걷잡을 수 없어졌다. 급기야 당사자가 본인의 SNS에 억측과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나는 어떻게 이 정보를 다 알게 됐을까? 만약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지난 주말의 동선을 어디까지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해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확진자의 정보는 어떻게 확인할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2(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하여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의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공개하여야 한다.


코로나 19 확진 판정 즉시 역학조사가 시행된다. 역학조사관은 확진자의 증상 전후 감염경로를 확인하고 접촉자를 선별한다. 이를 토대로 합리적 방역 대책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다. 확인된 정보 중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러나 진술에만 의지한 역학조사는 한계가 있다. 대구 31번 확진자의 이동경로는 CCTV 영상 분석 결과 실제 동선과의 차이가 드러났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대부분의 확진자가 거짓말을 하려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경황이 없거나 기억에 따라 이동경로의 진술이 헷갈릴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한 조사의 보완이 필요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의 2(정보 제공 요청 및 정보 확인 등)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의 요청을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이통사(전기통신사업자)에 감염병 환자와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이통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따른다.


그래서 역학조사는 감염자의 진술에만 의지하지 않고, 신용카드 정보나 통신 정보를 확인하여 이루어진다. 이렇게 빠르게 파악된 감염자의 동선은 감염병 확산 차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일이다. 사람의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영역에 정보기술과 데이터가 있었다.


이태원 발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서울시는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클럽에 방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찾느라 분주했다. 이동통신 3사는 이태원 주변 17개 기지국에 접속한 휴대전화 통신 기록을 제출했다. 그 장소를 지나간 사람이라면, 고 싶어도 숨을 수 없었다. 바이러스가 닿을만했던 곳 구석구석의 정보는 빠르고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덕분에 빠르게 접촉자를 선별하고 검사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안심했다. '아. 나와 접촉 가능성은 없네.'


사생활과 방역은 제로섬의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방역이 우선이냐,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냐’라는 질문 자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방역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금은 확진자의 동선뿐 아니라 성별과 나이까지 공개되고 있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해도 방역에는 무리가 없다.  - 방역과 사생활, 같이 갈 수 있다, 경향신문, 20.05.



그러나 방역을 위한 정보 공유 과정에서 개인의 사적 정보가 지나치게 많이 공개되었다. 정부가 공개한 일부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과 온라인은 곧 그가 누구인지 찾아내었다. 염병의 공포는 타인의 정보 공개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궁금증은 증폭되었다. "왜 하필 그곳을 갔어?", "거기가 뭐하는 곳이야?" 투명한 정보공개로 안심한 사람도 있지만 불안한 사람도 있었다. 감염의 공포가 심화될수록 타인을 향한 혐오도 심화되었다. 그 타인이 내가 되는 순간을 생각하면 코로나보다, 동선 공개가 싫어서 집 밖에 안 나간다는 친구도 있다. 

하루종일 울리는 재난안전문자

정부는 확진자의 개인정보는 감염병 관련 법에 근거해서만 추적되며, 유효기간 내 즉시 폐기된다는 점을 들어 개인정보 보호 강조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권위주의적 통제 강화'에 관한 우려는 존재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방역 우선'에 관한 의견이 팽팽하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사생활 침해는 최소화하면서 방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주민 노동자 기숙사에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모범 방역 국가 중 하나였던 싱가포르는 트레이스 투게더(TraceTogether)라는 어플을 사용했다. 트레이스 투게더는 블루투스를 활용하여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를 확인한다. 확진자와 며칠 전에 마주쳤는지, 블루투스 신호의 강도와 지속시간 정보로 밀접접촉자를 구분한다. 

 

싱가포르의 TraceTogether,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접촉 여부 확인


이 어플은 '확진자 추적'보다는 '접촉자 위험 알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를 가려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접촉한 줄 알았는데 접촉이 없어서 자가격리를 안 해도 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GPS 정보가 저장되지 않으니 확진자와 접촉자가 '어디에서' 마주쳤는지는 알 수 없다.


데이터의 소유권의 문제도 고려했다. 모든 정보는 나에게만 저장되고, 싱가포르 방역당국에 데이터 공유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블루투스 앱을 까는 것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강제되지 않고 스스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트레이스 투게더는 4월 20일 기준 140만 유저를 넘어, 500만 인구 중 20%의 유저가 사용 중이다. 언제든지 블루투스를 끄거나 앱을 삭제할 수 있고, 제삼자가 트래킹 할 수 없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담당자가 앱 사용 동의를 받아야만 감염을 추적할 수 있다.


감염병에 대처하는 기술은 어떻게 달라질까


다양한 방법으로 방역에 힘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총리는 국민담화에서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코로나 19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확진자와 접촉자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의 정보 협력으로 접촉자 추적기술을 잘 쓰고 있으며, 시민들은 공개된 정보를 이용하여 스스로 서비스를 만든다는 점 언급하였다. 자발적으로 사용하여 확진자와 접촉자를 확인하는 어플만으로는 부족을 느낀 것일까.


나 19의 빠른 확산세를 초기에 잡아 낸 한국의 방역시스템 중 하나가 투명한 동선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국의 방역 노하우에 주목하며, 'K-방역' 모델을 국제 표준화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토부와 과기부는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연구로 확진자의 통신 정보와 신용카드 사용 정보 등을 분석하여 10분 이내에 확진자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지도에 표시하는 시스템 개발을 예고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앞으로의 방역을 위한 '기술'이라면 개인정보를 더욱 잘 추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달할 것이다.


싱가포르도 코로나 19의 재확산 이후 강력한 개인정보 확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3주간의 셧다운을 해제하며 영업을 재개하위해서는 SafeEntry 디지털 체크인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했다. QR코드로 건물의 출입을 기록한다. 만약 해당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이 겹치는 이들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전역 직장, 학교, 유치원, 병원, 요양원, 슈퍼마켓, 헤어숍, 호텔 등의 4만 5천 개 점포에 설치되었다. 이제 싱가포르 당국은 확진자 발생 시 어디를 다녀갔는지, 접촉자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 19 퇴치를 위해 기술 협력을 예고했던 애플과 구글은 확진자 노출 알림 API를 발표했다. 싱가포르가 이용했던 블루투스를 이용한 확진자 추적 장치와 유사한 형식이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와 최근 접촉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코로나 19 검사를 권유한다. 애플과 구글은 시스템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당초 '접촉자 추적'에서 '노출 통지'로 바꿨다. 이동정보와 신원정보를 저장하지 않아, 감염자를 추적하면서도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할 수 있. 정부 기관이 몰래 이 기술을 활성화할 수 없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방역당국도 구글과 애플의 노출 통지 시스템 도입 제안을 받아 도움이 될지 여부를 판단 중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의 확진자는 520만 명, 사망자는 33만 명에 도달했고, 아직 진행 중이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160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사실상 방역당국에서 접촉자를 확인하는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나라가 더 많다. 우리나라도 이태원, 홍대, 인천 등에서 광범위 지역 감염이 계속해서 나타나면서 역학조사로의 추적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 피해 계속해서 집 안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불안 속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할까? 금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더 높은 투명성일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개인정보는 지키면서, 감염의 불안으로부터는 자유롭고 싶다.


기술은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사회의 요구를 무시하는 기술은 세상에 쓰이지 않으니까. 열렬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G사와 A사가 협력했던 것처럼, 이 목소리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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