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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Apr 02. 2019

호주 동부 여행기 1탄

나에게 여행이란?

비행기를 탄다는 것.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다. 남들은 연휴가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지는 날엔 해외여행을 가려고 이것저것 알아본다는데.. 나는 확실히 친구들에 비해 해외에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꺼렸던 것 같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수능이 끝나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들의 적극 추진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행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1년에 2번은 국내여행이라도 무조건 가는, 여행과 여가를 중요시하는 가족이다. 뭐, 이런 이유가 없어도 어느 누구가 놀러 다니는 걸 싫어하겠는가? 다만,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언어도 통하지 않는 땅에 간다는 것이 나한테는 조금 두려웠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젊은 애가 왜 그러니 진짜~~" 라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나의 두 번째 해외여행.

그러던 나에게 두 번째 해외여행이 다가왔다. 이번에도 엄마, 아빠, 동생의 으쌰으쌰로 이루어진 여행. 아빠가 홈쇼핑 채널을 보고 계셨는데 호주 패키지여행 상품을 보게 되셨고, 덜컥 예약을 해버리셨다는 것이다! 여행 날짜는 19년 2월. 저 상품을 예약한 건 18년 9월이었다. 그때는 몇 달 뒤 일이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랬냐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추진력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행복한 여행은 못 했겠지. "내년 2월이니까 아직 멀었네 뭐~" 하면서 걱정과 기대는 잠시 넣어두고 열심히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은 벌써 여행이 그리워진 여행 한 달 반 후..


공항으로.

2월 13일 오후 2시쯤에 집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4시 반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수속하고 짐 붙이고 면세점 구경하면서 비행기 보딩 시간까지 기다렸다. 오후 8시 비행기였고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면 시드니 시간으로 오전 8시 반 정도? 비행시간은 10시간 정도로 굉장히 길지만 시차는 크게 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한국시간에 2시간을 더하면 시드니 시간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일정 시작이라 잠을 좀 잤어야 했는데 한숨도 못 잤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 동생이랑 웃고 떠들면서 오고 기내식도 맛있게 먹어서 그런가?

그냥 호주의 하늘이 맑아서 기분이 좋아서 피곤함은 잊었던 것 같기도 하다..(^-^)/


2월 14일 첫 번째 일정은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시드니에서 차 타고 2-3시간 정도 달렸다. 중간에 점심도 먹고 사진도 찰칵. 아 참고로 저 날은 그렇게 덥지 않아서 반팔에 가디건을 걸쳐 입었다! 다음 날부터 무지 더워졌다는ㅠ

거기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 걷는 게 귀족 같았던. 사뿐사뿐 검은 고양이.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블루마운틴은 멀리서 보면 초록색 나무들로 이루어진 능선이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점점 산으로 올라오면서 멀리 바라보니 푸른색이 보였다.

우산 모양의 고사리 나무가 굉장히 많았다. 유칼립투스 나무도 많았다.  

가이드님이 유칼립투스 나무가 얼마나 단단한지 한번 두드려보라고 하셔서 주먹으로 쿵쿵.

과거에는 탄광이 있어서 석탄을 캐고 레일로 높은 곳까지 석탄을 운반했다고 한다. 지금은 운반수단이었던 레일을 어트랙션으로 개조해 관광객들이 직접 타볼 수 있다. 이 레일이 경사 64도로 기네스북에 올라갔다고 한다!

타기 전엔 이렇게 웃고 있었는데.. 태어나서 타본 놀이기구 중에 최고였다. 양손 다 손잡이 붙들고 계속 소리 지르면서 탔다. 동영상을 찍을까 했는데 그럴 틈도 없었다..ㅎ

케이블카도 탔다. 이런 걸 무서워하는 편인데 그래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고 핸드폰을 들었다. 동영상에서 느껴지는 뭔가 불안함과 뭔가 산만함..

이 곳은 세 자매봉이라고 부른다. 봉우리 3개가 자매처럼 붙어있다. 저 봉우리 앞에 '허니문 브리지'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까지 다녀왔다. 계단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내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웅장하고 또 장엄했다.

이 광경을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아무리 해도 역부족이다. 하늘은 맑고 산은 푸른, 말로 하면 간단하게 설명되는 풍경이지만 직접 봤을 때 마음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빼곡한 나무들이 마치 브로콜리 같기도 했다. 공기도 너무 좋았다. 가이드님이 말하시길, 중국인들이 블루마운틴 공기를 사 간다는데 그건 농담이겠지?


시드니에서 오후를.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렸다. 내가 좋아하는 m&m. 종류별로 다 사 오고 싶었지만 친구들 선물과 가족들과 먹을 간식거리만 간단히 샀다. 호주는 자외선이 정말 강하다. 그래서 선케어 제품이 참 잘 나온다고! 정말 한국의 햇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고층빌딩은 시가지에만 있고 거의 다 낮은 전원주택임을 볼 수 있었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낮은 주택들 덕에 파란 하늘을 더 넓게 볼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는 계속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신기한 것이 보이면 사진을 찍었다. 보통 한국에서 못 보던 것을 보면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데, 왜 매일 보던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도 여기서 보니까 신기한지..


호텔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80센트 라즈베리 슬러시 사 먹으면서 첫째 날 일정이 끝났다. 인터넷에서 저 슬러시를 해외에만 판다고 언뜻 봤던 것 같은데 마침 여기서 만나다니! 가격도 괜찮고 맛도 있었다. 시원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이었다. 비행기에서 잠도 잘 못 자고 열심히 걸어 다녔더니 저 날은 눈 감으니까 벌써 15일 아침이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걱정을 해도 걱정이 사라지진 않으니까 걱정은 참 쓸데없는 것인데! 난 뭘 그렇게 걱정했는지 모르겠다. 첫째 날 여행을 하고 느낀 것은 이러했다. 난 그냥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것들이 날 해치는 것도 아닌데 멀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막상 경험해보고 부딪혀보니, 나는 어떻게든 밥도 잘 먹고 좋은 것도 구경하고..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지내다 왔다! 아니, '잘'을 넘어서서 행복하게 먹고 행복하게 지내다 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해외에 더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여행을 할 때마다 보고 느끼는 것이 수도 없이 많고, 내가 책임져야 할 현실에 대해 고개 돌리고 잠시 회피하고 싶을 때 여행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

여행을 하면 '감정'에 대해 더 세심해지고, 그런 감정들을 더 잘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장엄함'이나 '웅장함'을 느끼고, 그냥 날씨가 좋았을 뿐인데 '피곤함'을 이기는 '행복함'이 느껴지고.. 이미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 반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려고 해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 보려고 글을 써본다.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사진을 보고 글로 적으면서 한 번 더 여행을 다녀오는 것. 적당히 아쉬우면서, 여행에 대한 감사함은 좀 더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 글을 쓰면서 나는 한 번 더 호주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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