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귀여운 얼굴. 웃을 때 말려 올라가는 입술. 통통한 볼살.
귀여움을 타고난 막내둥이 내 사촌 동생은 언니, 언니 하며 그렇게나 나를 따랐다.
어찌나 귀여웠는지.
20명이나 되는 사촌들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난 6살 차이 사촌 동생은
우리가 다 컸을 때도 혼자 애기였다.
그 많은 사촌 언니들 중에서 나라는 언니를 제일 좋아했다.
어쩌면 두 번째 막내가 나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제일 만만 했겠지.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무조건 내 옆자리에 앉았고,
밖에 나가고 싶을 때면 내가 어디에 숨었는지 샅샅이 찾곤 했다.
동생이 워낙 애기였지만, 마찬가지로 어렸던 나는
시시하게 동생과 놀고 싶지 않아 피해 다닌 적도 많았다.
나도 언니들이랑 놀고 싶은데, 왜 나만 얘랑 놀아야 해?
어느샌가 이 막내 꼬맹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있었고 내가 대학생일 때 2년 동안 공부를 봐주기도 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끝나고 햄버거 시켜먹으며 미국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 기다려졌다.
자주 동생 집에서 자고 갔고, 우리는 자매처럼 성장했다.
호주에서 인턴을 했을 때 동생을 나를 보러 혼자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표를 끊고부터는 나에게 매일 메시지를 보내며 부푼 마음을 어쩔 줄 몰라했다.
언니랑 코알라도 보고 캥거루랑 사진도 찍어야지. 언니 너무 기대돼!
언니 지금 사는 곳에 내가 들어가도 되는 거야? 언니 친구들도 같이 노는 거야?
조잘조잘, 재잘재잘.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난 벌써부터 동생을 데리러 갈 차편을 알아보고 시계를 자꾸만 확인했다.
나에게 의지하는 누군가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먼 거리를 날아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보냈지만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주고 있다는 것.
기분 좋은 책임감을 갖게 해주는 것.
동생은 나에게 그런 존재이고
동생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함께 여행한지도 일 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 들뜬 표정으로 호주 이야기를 꺼내며
나와 또 여행하고 싶다고 말하는 동생과
언젠가는 술 한잔 하며 어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날이 너무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