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인형 놀이하자.
누나, 올 때 메로나.
누나, 불 좀 끄고 나가.
누나, 나 여자 친구 선물 좀 골라줘.
한 살 터울 연년생으로 태어나 욕심쟁이 누나들의 괴롭힘으로 쉽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을 한 남자.
태권도를 배우면서 어느샌가 말대꾸가 늘어난 한 남자.
어린 줄만 알았던 철부지가 칼 졸업, 칼 취업으로 기죽이는 그런 남자.
내 유일무이 남동생.
어찌나 많이 싸웠는지. 아니, 사실은 일방적인 괴롭힘이었다. 위로 기센 누나들이 두 명이나 있는 바람에 좋아하는 로봇 대신 미미, 쥬쥬를 잡아야만 했고, 엄마 아빠가 안보는 틈에 간식을 빼앗기곤 했다. 그럼에도 동생은 항상 우리와 노는 걸 좋아했고, 누나들을 세상 누구보다 잘 따라주었다.
순진하고 속 없던 내 동생.
동생은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애정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작은 동네지만 동네에서 방귀 좀 뀌는 무서운 누나들임에도 항상 우리를 자랑스러워했고,
우리 누나들이 제일 이쁘다며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녔다는 건 일찍이 눈치채고 있었다.
동생이 유치원생이었을 때, 못된 누나였던 나는 동생을 자주 괴롭혔다.
으아앙, 하고 울음을 터트리면 엄마에게 혼이 날까 두려워
동생의 입을 막으며 엄마한테 이르지 않으면 사탕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 동생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날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 울었냐는 듯 나를 또 졸졸 따라다녔다.
누나들에게 그렇게 당해도 우리와 놀고 싶어 누나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항상 양보하던 아이였다.
동생의 초등학생 시절, 짝꿍이 선생님에게 혼나 울다 지쳐 구토를 했다고 한다.
친구를 토닥이며 더러워진 바닥을 혼자 휴지로 닦았다고 한다.
그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늦게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혼이 나면서도 친구가 창피해할까 입을 열지 않은 내 동생은 그렇게나 마음이 예뻤다.
나중에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엄마는
예쁜 마음을 가진 아들이 안쓰럽기보다 나중에 그 여린 마음이 다치게 될까 두려움이 앞섰다고 한다.
남의 불행을 자기의 불행보다 가슴 아파하던 아이였다.
동생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짓궂은 또래 아이들의 장난들이 이해가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을 괴롭혀야만 자신이 괴롭힘 당하지 않게 되고,
남들을 울려야 자신이 울지 않는다는 일부 어린 남학생들의 세계에서
내 동생은 후자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