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할 만한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록할 만한 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오랜만에 '35살x첫출근' 매거진에 들어왔다. 2021년 8월 9일, 35살 햇병아리로 첫 취직을 했으니, 오늘로 딱 3년이 되었다. 3개월? 아니, 3주나 버틸까 싶었는데..
며칠 전, 오랜만에 나간 외근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이제야 첫발을 내디뎠구나.
처음 출근했던 날, 처음 퇴근했던 날 일기장에 남겨놓은 기록이다. 출퇴근길의 풍경도, 사무실도, 업무도, 직책도, 사람도. 모든 게 낯설었고, 어색했고, 불편했고, 불안했다. 도저히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저 나를 단련하는 잠깐의 경험이라 생각하며, 곧 끝이 나겠지 싶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이곳에 기록한 글도 3개월 이후로 끊겨있던 걸 보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록은 계속해왔지만, 이미 그 3개월이 되었던 날을 기점으로 나의 삶, 나의 일상이 바뀌며 나의 기록, 나의 말투, 톤까지도 꽤나 변해버렸다. 마치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넘어온 것 마냥.
그만두시면 안 돼요! 못 가요!
매일같이 그만둔다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던 소중한 팀원이 떠난 지도, 벌써 한참 지났다. 배울 것이 너무도 많았던 MZ 실습생과의 재미난 추억도 오래전 이야기. 나를 불편하게 대하던 직원도, 이상한 소리만 하던 직원도, 친구 같았던 직원도, 내게 상처를 남긴 직원도. 같은 부서에서 처음 함께 일을 시작했던 직원들은 모두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또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이야기들이 쌓였다.
그때 이후로 쭉 별일 없이 지나온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직장인들에 비하면 꽤 짧은 시간이지만, 그 3년 동안에도 나름대로 꽤 엎치락뒤치락 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퇴사 시도와, 잠깐의 육아휴직, 동료 직원들의 권고사직, 다른 회사로의 이직 제안. 출근 이후 순차적으로 찾아온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족저근막염, 녹내장, 관절 문제 등등. 당장 쓰려니 잘 떠오르지 않지만, 꽤 많이 울고, 웃고.. 또 울었던 그런 시간이었다.
작년 오늘, 입사 2년째가 되던 날 사무실에서
오늘은 입사일이다. 늘 그랬듯, 또 선택의 기로에 서 본다. 멈출 것인지, 나아갈 것인지. 아니, 나아갈 것은 확실하지만, 항상 나아가고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나아갈 것인지. 나를 위한, 가족을 위한, 앞으로의 우리를 위한. 필요한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할 중요한 타이밍이다.
다음 글은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난 3년 동안 글로 풀고 싶은 이야기들이 꽤 많이 쌓였다. 기회가 된다면, 글에만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절닥 직장으로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것 같았던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것, 배운 것, 생각한 것들을.. 조금은 재치 있게,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