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른다섯, 신입 햇병아리입니다.
직장 생활, 회사에 적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다. 나는 일이든 취미든 관계든, 명확한 선을 그어놓고 결론을 내리는 극단적인 사람이었다. 그 선을 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지만, 조금이라도 그 선을 넘으면 그 순간 나는 철저하게 돌아섰다. 적어도 35년 동안은 그랬었다.
도저히 못 참겠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직면했을 때, 그러니까 선을 넘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나는 불처럼 화를 냈다. 아닌 건 아닌 것이니까. 하지만 어렵게 마음먹은 선택이었기에, 돌아서는 것만큼은 참았다. 아니, 참아야 했다. 이젠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면 안 되는 입장이니까.
참으세요.. 한 번만 참으세요..
두 번째 또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이제 그만 떠나야겠다-고 확신했다. 강력하게 표현을 하고 설명을 했음에도 달라진 게 없었으니까. 나의 감정이며 체력만 깎여나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관계에서 맺어진 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나의 상황 때문인지. 나는 또 물러서야 했다. 그래,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 없겠지, 더 이상.. 그런 헛된 희망으로, 또 한 번 스스로를 눌렀다.
좀.. 변하셨네요? 아까 그.. 엄청 싫어하시는..
또, 또다시, 그 상황과 마주했을 때, 나는 불같이 화를 내며 돌아서는 것 대신 한숨을 쉬며 눈을 감는 스스로를 보았다. 그리고 네 번째, 나는 그 상황과 부딪히는 대신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고, 다섯 번째 정도 되었을 때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 흐름에, 그 변하지 않는 과정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었다. 내 의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저 그 반복에 의해, 그 분위기에 의해, 내 상황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제, 나는..
지난번에는 수습기간 3개월을 마치며 글을 썼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과, 직장생활에서의 나를 비교하며, 직장생활 이후의 내 상태를 돌아보며, 나는 분명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해가 바뀌었고, '서른다섯, 신입 햇병아리입니다'라며 시작한 글을 이제 서른여섯에 내가 이어서 쓰고 있다.
그냥, 뭐.. 해야지, 어쩌겠어.
4시간의 출퇴근도, 낯선 사회생활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들도, 내 결과물들을 계속 확인받아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탓에, 그에 따른 나의 반응도 무뎌져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무서운 것은,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전의 내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 이전의 내가 잊혀 가고 있다는 것.
글을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렇게 삶을 담고 삶을 이야기하는 것을
점점 하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 '하지 않음'에 적응하게 될까,
그게 가장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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