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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즐건 Nov 14. 2021

퇴사

5년 4개월의 여정을 끝내다

예전에 읽은 칼럼의 문장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까치발을 딛고서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구역 밖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과감히 밖으로 나가보는 것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쉽지 않지만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출처 : 경향신문 기자칼럼, 기자의 한계, 홍진수 문화부 기자. 2019.09.18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909182044005


인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많이 산 것도 아니지만 적게 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문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물음을 마주하게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겁게, 무섭게 느껴져 자주 무기력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변하고 싶었는데 너무 지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날이 더 많았습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 같아서, 마음 어딘가가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변해야 한다는 걸 감지한지는 꽤 됐습니다. 다만 겁이 나고 게을러서 외면했던 것이죠. 어쨌거나 익숙한 상황은 편안하니까요. 비록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더라도요. 고통도 계속되면 익숙해잖아요.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이제는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일지, 얼마나 멀지, 어떤 길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스스로를 돌보며 ‘재활’과 ‘재건’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다음에 가야지, 다음에 만나자 미뤘던 행복을 다시 찾고 몸과 마음 모두 튼튼해지는 게 우선으로 두었습니다. 


예전에 팀장님이 ‘사고는 수습하면 되는 것’, ‘이미 결정 난 일은 좋은 방향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이 말은 지금도 깊이 남아 ‘수습하고 좋은 방향으로 만들 것’이란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런 노력을 하는 게 저에게 이로운 일이겠죠. 평생 편하게 살 팔자는 아닌 듯합니다.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어떤 상태가 같은 상태로 오래 유지되는 건 못 견디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또 바깥세상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16년도부터 지금까지 동료들과 즐겁게 일했고, 많이 배웠고, 힘들었던 만큼 분명 성장한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정류장에 내려 다음 버스를 타지 않고 도보 여행을 하려 합니다. 몇 정거장을 걸어 지나갈지, 다음 버스는 언제 탈지, 혹은 버스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기대감도 듭니다. 


일단은 5년 4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여독을 조금 풀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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