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여친이 생기는데 도움이 될까?
전화번호를 받아낼 확률과 음악의 상관관계 학자들은 실험에 참가한 여성들에게 일단 대기실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대기실에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참가자들을 다른 방으로 불렀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순서대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자기 또래의 모르는 남자와 두 가지 영양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찰자가 옆에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관찰자가 밖으로 나가면 남성이 여성에게 정중하게 전화번호와 함께 다음에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대기실에서 로맨틱한 멜로디를 들은 실험군이 무덤덤한 멜로디만 들은 대조군보다 무려 52퍼센트나 높은 긍정적 응답률을 보였다.
- 쓸모 있는 음악책, 마르쿠스 헨리크 중
요즘 쓸모 있는 음악책, 마르쿠스 헨리크 를 읽고 있습니다. 6할 정도 읽었는데, 제목과는 달리 실용적인 음악서적은 아니고 이러저러해서 음악을 가까이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중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이성의 환심을 사는 데에 카페의 배경음악, 악기가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였습니다. 뭐 표본도 충분하지 않고 반 재미 삼아 해본 실험들로 보입니다만 아무튼 결과는 대체로 음악이 이성의 전화번호를 따는 것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젊은 청년 한 명을 프랑스 남부 어느 도시의 광장으로 파견했다. 청년은 “안녕하세요, 저는 앙투안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너무 바빠서요. 혹시 전화번호를 주시면 제가 다음에 연락드려도 될까요?”를 총 300명의 여성에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물론 동시에 한 것은 아니다. 며칠에 걸쳐 한 명씩 차례대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총 300회 중 100번은 기타 케이스를 들고 있었고, 100번은 스포츠 백을 들고 있었다. 나머지 100번은 빈손이었다. 아무 장비 없이 물었을 때 전화번호를 알아낸 횟수는 14번에 그쳤고, 스포츠 백으로 무장했을 때는 21회였다. 기타 케이스를 들고 있었을 때가 33회로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 쓸모 있는 음악책, 마르쿠스 헨리크 중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상대방(이성)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들을 종종 봐 왔는데요, 당시에는 이를 교회 오빠, 교회누나 효과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교회 예배당에서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단아한 모습으로 반주를 하는 교회 누나에게서 나오는 후광과, 기타를 메고 찬양팀을 리드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교회 오빠의 멋짐이란... 분명 상대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실 다른 악기에 비해 기타라는 악기가 가지는 장점들에 관련하여 지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가 비슷한 주장을 이미 책으로 출간했네요. 역시나 사람의 생각은 다들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1. 빠른 성취감 기타 연주는 기본 코드 몇 개만 배워도 충분하다. C 코드와 G코드만 알아도 존 레넌 John Lennon의 〈기브 피스 어 챈스 Give peace a chance〉 같은 유명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
2. 교류의 수단 기타는 반주로 아주 훌륭한 악기다. 누군가 기타를 퉁기고 있으면 주변에 서 있거나 앉아 있던 이들이 금세 이 곡, 저 곡을 연주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만큼 사회적 교류에 좋은 도구라는 뜻이다. 플루트 연주자에게 “아무거나 하나만 불어 보세요”라고 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타 연주자에게는 “무슨 곡이든 좋으니 한 번 쳐보세요”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3. 편리한 이동 기타는 ‘기동성’이 좋다. 들고 다니기 편하다. 하프를 들고 어딘가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랜드 피아노를 어딘가로 옮겨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4. 기타 값은 저렴한 편이다. 300~600유로 정도면 꽤 괜찮은 어쿠스틱 기타를 구입할 수 있다.
5. 투자 가치 고가의 기타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볼 염려는 붙들어 매 둬도 된다. 세월이 흘러도 제값을 받고 되팔 수 있을 확률이 더 높다.
6. 스트레스 해소 기타를 튕기면 기분이 좋아진다.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폭주하듯 기타를 긁는 행위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지미 헨드릭스에게 물어보자.
7. 섹시한 이미지 기타 케이스를 메고 다니기만 해도 매력도가 높아진다. 남자든 여자든 기타를 둘러메면 다 멋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구체적인 음악의 효용을 누리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가볍게 읽기 좋은 음악 애호가의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삶의 동반자로서 음악을/기타를 삶에 기꺼이 받아들일 때에, 확실히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지금 당장 기타를 사세요!"라고 꼬드기고 있습니다.
음악은 아직 의사들의 처방전 목록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처방할 수는 있다. 자신에게 악기 하나를 선물해 보자. 샤워 부스에서 열창을 해보자. 굳이 물세례가 없어도 된다. 목욕탕 특유의 울림만으로도 충분히 도취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취약 계층 어린이들의 음악 교육을 지원하는 학원이나 단체를 후원한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 쓸모 있는 음악책, 마르쿠스 헨리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