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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우 Jun 12. 2019

줄 서기로 보낸  하루

교토 3박 4일 첫날


짐을 싸 들고 집을 나서며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다. 집 앞에는 이미 택시가 와 있다. 요즘 카카오 택시는 부르기 무섭게 달려온다.     


부슬부슬 비가 온다. 비 때문인지 여행 첫날 설렘도 사라진 느낌이다.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분당 서현동 공항버스정류장은 긴 줄이 서 있다. 인천공항버스가 도착했으나 빈 좌석이 거의 없다. 예약 손님부터 태운다. 예약제가 있는 줄 몰랐다. 다행히 임시증편 버스가 도착, 오전 7시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일본 교토(京都), 이번 목적지다.     
살면서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해 보았지만 여러 날 안내자 없이 대중교통만을 이용 스스로 길을 찾아 떠나는 자유여행은 처음이다.      
현지에 사는 친척이나 친구의 의 도움을 받았고 아니면 여행사를 따라다니는 여행이 전부였다.      
그런 만큼 사전 준비는 철저했다. 주요 관광지의 위치, 교통편, 그리고 식당 등 조사를 마쳤다. 숙박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교토역 인근에 잡았다. 현지에서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위하여 소프트뱅크 유심 칩도 준비했다. 로밍보다 싸다.      


여유 있게 인천공항 1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탑승할 진 에어(JIN AIR) 카운터를 찾을 수 없다. E 카운터로 알고 왔는데 그곳이 아니다. 공항 안내데스크에 물어 F로 바뀐 것을 알았다. 저가항공은 정해진 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이미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탑승권도 프린트해 왔다. 짐만 부치면 된다. 요즘 온라인 체크인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예상과 달리 수하물 위탁 창구에도 줄이 길다.      


짐을 맡기고 간사이공항에서 탑승할 리무진 버스표를 찾으러 리얼 트립(Real Trip) 창구를 찾아갔다. 온라인으로 구입한 왕복 티켓이다. 공항 3층 끝자락 여행사 부스 한 구석에 있다.  이곳을 다녀오는데도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모된다.      


F 카운터 가까이 뚜레쥬르 빵집이 보인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하고 출국장으로 입장했다.      


출국장 입장에 줄은 섰지만 생각보다 한산하다. 아마도 승객이 2 터미널로 분산된 탓인 것 같다.       


항공기 출발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여유 있게 탑승게이트에 도착했고, 정시에 탑승했지만 항공기는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출발한다. 이것도 저가항공이기 때문일까?     


오사카 간사이공항     


인천공항 출국장과는 달리 간사이공항 입국장은 대기자(待機者)들의 긴 줄로 꽉 찬 입국심사창구가 길을 막고 있다. 그 옆 내국인(일본인) 입국장은 한산하다.   

 

입국자 대부분 중국인들이다. 공항이 중국인들로 가득하다.            


간신히 짐을 찾아 국장을 빠져나와 공항 1층 HIS창구에서 한큐(阪急) 열차 1일 권 두 장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이다. 이 표로 내일 교토에서 오사카를 다녀올 예정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라시야마(嵐山)에 가는데도 이 표가 사용된다. (온라인 표 구매가 현지보다 싸다고 해서 사 둔 것이다.)           


간사이공항 3층 식당가 카무쿠라(鎌倉) 라멘으로 점심을 했다. 점심과 커피를 하고 2시 30분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교토역 리무진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경.           


리무진 버스에서 하차하니 바로 호텔 입구다. 우리가 묵을 교토역 하치조(京都駅八条口駅前)에 있는 게이한 호텔(ホテル京阪 京都 グランデ)이다.       

리무진 버스에서 하차하니 바로 호텔 입구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리무진 버스 안내소에서 귀국하는 30일 오후 1시 버스 좌석을 예약했다. 공항에서 교토로 오는 리무진은 예약 없이 탑승했지만 교토역에서 간사이공항 가는 리무진은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교토의 명물 중 하나, 교토역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저녁을 하려고 한다.  


교토역(京都驛)     


교토역은 나고야역 다음으로 일본에서 2번째 큰 역이다. 역사(驛舍)는 15층 철구조물이다.


15층은 정원과 전망대로 꾸며졌으며 전층을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내린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다 보면 오른쪽이 백화점 왼쪽은 식당가다.   


교토에 철도역이 생긴 것은 1877년.


그 후 교토역은 네 번 개축을 해 오다가, 1997년, 현재의 교토 역사(驛舍)가 완공됐다. 그동안의 평면적 구조의 전통적인 역(驛)의 모습과 달리 최고층이 60m나 되는 매우 근대적 빌딩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고도(古都)의 경관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으나 옛 것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국제관광도시 교토의 새로운 얼굴로 탄생한 것이다.


단순한 기차역이 아닌 상업, 문화, 각종 편의시설 등을 모두 갖춘 복합몰 모습을 한 보기 드문 철도역이다. 쇼핑몰, 백화점, 식당가는 물론 호텔과 극장도 자리 잡고 있어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마치 미술관에 들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교토역

서울역이 청파동 쪽 서부역이 있었고 동쪽으로 서울역 중앙 역이  있듯이, 교토역 도 북측 중앙역사(驛舍)가 있고 하치조(八条)측 남부 역이 있다. 호텔은 남부역 쪽이다.


두 곳을 연결하는 통로는 지하도를 이용할 수도 있으나 방향감각을 잃어 길을 헤맬 수 있다. 지상 2층 연결로(南北自由通路)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교토역  남부역(八条)에 ASTY Road라는 상가가 있다. 이곳 식당가에 "무사시(寿しのむさし) 회전초밥집이 있다. 소문난  맛집이다.  

그런데 대기손님들이 너무나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간사이공항 입국장 같지는 않아도 너무나 긴 대기열이다. 밥을 먹으려고 이렇게 길게 늘어선 것은 처음이다.

대기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저녁 8시가 가까워오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같은 식당가 에도가와(江戸川)라는 장어집으로 갔다.


추천 메뉴가 눈에 뜨인다. 2,300엔 하는 장어 유부 덮밥이다.

장어 유부 덮밥

그런데 밥이 아니라 장어 유부 죽이다. 메뉴의 사진만 보고 주문한 것이 화근이다. 자세히 알아보고 주문을 했어야 하는데 잘못한 것이다. 덮밥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그런데  장어 잔뼈가 목에 걸려 안 넘어간다.  


밥이 아니라 죽이라 그런 것 같다. 방법이 없어 시간이 해결해주기만 기다린다.  첫날 저녁은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다.  회전초밥집 앞에서 좀 더 기다렸다가 늦은 저녁을 먹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매우 피곤하다. 15,888보, 7.1km를 걸었다. 긴 하루였다. 줄을 서서 기다린 하루 이기도 하다.


내일을 위해 일직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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