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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록원 Jul 25. 2019

하루가 아닌 삶이 궁금해요

영화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 리뷰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에너지 같은 게 있다. 성공했기에 나올 수 있는 여유와 자존감, 그리고 "괜히 성공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느끼게 하는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 능력,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 가치관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싶게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에 주인공인 알랭 뒤카스 역시 그런 사람이다.





영화를 보기 전 몰랐던 인물인 알랭 뒤카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또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 요리사였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답게 영상과 함께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진행이 된다. 감독은 처음부터 선전 포고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알랭 뒤카스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멋있고, 대단한 인물인지 보여주겠다고 말이다. 그의 선언대로 영화에서 보이는 알랭 뒤카스란 인물은 대단했다.


그는 이미 성공했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나아가려 했다. 요리에 대한 그의 철학도 감명 깊었는데, 요리에 있어서 그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그는 더 쉽고 빠른 것이 아니라 돌아가더라도 완벽함을 추구했다. 원하는 식재료를 찾기 위해 직접 농장을 방문해 씻지도 않은 재료들을 직접 맛보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바쁜 일정에도 현지의 새로운 음식을 맛보며 요리에 대한 탐구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과 확고하고 변함없는 태도는 그의 성공을 수긍하게 했다.



영화에선 그의 인생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새로운 도전인 베르사유 궁전에 오픈하게 되는 왕의 음식을 대접한다는 콘셉트의 호화 레스토랑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의 시간을 보여준다. 정확히는 그 기간 동안의 알랭의 생활을 요약해서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당연히 그 기록에는 알랭의 철학과 태도뿐만 아니라 성공한 인물로서 명예와 재력과 권력을 가진 모습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라에서 중요한 인물과 친근하게 이야기한다거나, 다른 나라에 아이들을 돕는 학교를 세운다거나 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알랭은 세계각국에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학교를 방문한 알랭


알랭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그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기에 또 다른 신선함도 느낄 수 있었다. 돈과 같은 현실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꿈꾸는 것들을 현실적인 제약 없이 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과 명예를 가진 성공한 인물의 삶을 엿보는 것은 묘한 거리감과 경외심을 동시에 일으켰다.





하지만 아쉬웠던 건 스타 셰프인 알랭이란 인물에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이 영화에선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분명 알랭은 대단한 인물이고, 영화를 통해 전달할 것도 또 관객들이 영화 속 알랭에게 받을 수 있는 것도 방대할 텐데 영화는 그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화려한 수식어로 알랭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설명이 어떨지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올려놓고선 정작 감독은 그렇게나 존경하는 알랭의 장점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감독은 그저 알랭이 베르사유 궁전의 레스토랑 오픈까지의 기간 동안의 알랭의 생활을 보여줄 뿐이다. 이미 성공한 스타 셰프의 삶 말이다.


감독이 강조하지 않아도 알랭의 생활 자체에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나지만, 그건 영화 초중반까지 일뿐, 영화가 뒤로 갈수록 관객들은 알랭의 호화로운 일상에 흥미를 잃어간다. 식재료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농장에 가고, 행사에 참여하고, 다른 나라에 가고, 시식하고, 자신의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의 반복이다. 과연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일반 사람들이 알랭이 얼마나 많은 농장을 투어 하고, 얼마나 많은 존경을 받고 있고, 얼마나 성공했고, 호화로운 삶을 사는지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란 의문이 든다.


그 일상을 (농장을 방문하고, 다른 나라에 가고, 행사에 참여하고, 시식을 하는 것의 반복) 제한된 시간을 가진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매번 비장하고 웅장한 음악까지 깔아가며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영화 후반부 반복되는 농장-레스토랑-시식 레퍼토리에 질려 갈 때쯤, 지구의 기아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홈리스들을 위한 재활용 음식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 뒤에 나오는 호화 레스토랑의 재료로 쓰일 캐비어를 스태프들과 시식하며 예찬하고 즐기는 모습은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알랭이란 인물은 매력적이고 대단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의 생각과 철학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 하지만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충족해주지 못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보여주는 게 그의 일상이 아닌 그의 생각이었음 더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다. 이거 하난 알겠다. 감독은 알랭의 빅팬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감독은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의 알랭은 이렇게나 대단합니다! 이렇게나 대단한 일상도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감독의 말처럼 '대단한' 알랭이란 인물을 보다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깊게 담을 수 있는 기회인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고작 '스타의 일상 들여다보기'로 전락시켜버린 것 같아 너무나도 아쉽다.




팬심 가득했지만
그 이상이 담겨 있지 않아 아쉬웠던 영화




writer 이맑음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직접 관람한 영화의 리뷰입니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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