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대화에서 많이 듣게 되는 말은 “막상 해 보니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분명 시작할 때는 그 일이 재미있어 보였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일’로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반만 맞다고 생각해요.
축구를 하면 대부분 공격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득점을 하는 공격수의 역할이 더 재미있어 보이거든요. 하지만 축구 경기가 시작되면 생각 같지 않아요. 수비와 마찬가지로 공격도 힘듭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골’은 경기 중 아주 가끔만 들어가기도 하고요.
공격수는 경기의 대부분을 터프한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보냅니다. 패스를 받기 위해 매 순간 전력 질주를 해야 하고요. 득점 없이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공격수는 거친 몸싸움과 전력질주를 하면서 경기 시간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공격수는 ‘거친 수비를 뚫는다’는 문제를 풀어내는 일을 합니다. 공격수를 하겠다는 결정은 어렵더라도 이 문제를 풀겠다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이 문제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골’이라는 결과만을 생각하고 공격수가 된 사람들은 금방 재미가 없어 질거예요.
등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이 좋아서 산에 오르겠다고 하면 금방 등산이 싫어질 거예요. 정상에서 멋진 뷰를 보는 것은 아주 잠깐이고 거칠고 험준한 산길에서 중력이라는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거든요.
다이어트도 그렇습니다. ‘예쁜 몸’이 좋아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결정은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벗은 몸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찰나이고 대부분 극도로 절제된 삶과 강도 높은 운동 목표를 달성한다는 문제와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가 앞으로 풀 문제를 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 많은 문제 중에서 어떤 문제를 계속 풀어볼지 결정하는 것이예요. 하지만 문제를 푼다는 것은 대부분 힘들어요. 골이라는 결과물은 달콤하지만 공격수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것 처럼요.
여기서 ‘재미’를 기대하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요. 축구, 등산, 다이어트에서 처럼 재미있는 결과는 그 일을 하는 동안 아주 가끔씩만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 결과를 위해 고된 문제를 푸는 고통의 시간들이에요. 그래서 재미를 기대하고 어떤 일을 선택 했다가는 문제를 풀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거예요. 큰 문제를 풀어 재미를 느낀 사람들도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고 말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커리어의 방향을 정할 때 ‘재미있어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풀었을 때 보람이 있을 것 같은 문제’를 잘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커리어는 문제 해결의 역사이고, 어떤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풀어볼 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커리어의 방향을 고민 할 때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나?’가 아니라 ‘생각보다 힘든데 풀었을 때 보람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유익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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