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준비할 때 고려해볼 것들
두두두두두두두 (휴대폰 진동)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 대리님 맞으시죠?
좋은 포지션이 있어 헤드헌팅 회사에서 연락 드립니다.
이 회사는 어디어디에 위치한 회사이고요, 블라블라블라
네, 그럼 기재된 메일로 포지션 내역이랑 회사 정보 부탁드립니다.
네,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이직 준비는 시작되었다. 이전에도 다른 회사에서 몇번 포지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라고 하지 않았던가. 첫 직장에서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나의 경력을 보고 연락오는 회사가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들뜨기도 했다.
생각보다 빠듯한 기간 내에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2-3일 내로 서류를 작성해야했고, 일요일까지 제출이었는데 하루 늦게 제출하게 됐다. 신기하게도 채용사에서 요구하는 직무 요건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정리하는 선에서, 그리고 조금 가다듬어진 현재까지 쌓은 성과를 정리하면서 경력 기술서를 작성했다. 취업 준비할 때 적던 오글거리던 자소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류를 내고 나서 한달 정도가 지났을까? 채용이 취소된건가 궁금할 때쯤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서류 합격했고 면접을 보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월요일 면접이라 하루 연차를 써야 되겠다고 한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회사에 연차를 제출했다. 그리고 면접 준비 중에 그 소회와 과정을 남기고자 키보드를 집어 들었다. 내가 이직 과정 중에서 고민한 부분을 남겨놓고자 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면접도 보지 않았지만 나 자신의 고민을 남겨 놓으면 여러분이 이직을 고려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옮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우선 가장 먼저 고민할 이유이다. 연락이 오지 않았으면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회사에서 겪은 구조적 불합리성과 자체 직무에 대한 소진감이 주된 이유였다. 어차피 일은 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서 기존에 닦아 놓은 나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부족하다면 채워나가고 넘친다면 그대로 발휘하면 될 것이다.
옮기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기존 회사가 싫어서 간다면 회피형 이직이고, 대상 회사가 좋아서 혹은 자신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서 간다면 쟁취형 이직이 될 것이다. 회피형 이직은 대부분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고 하는데 7년 정도 한 직무를 했으면 새로운 환경에서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나는 우선 면접을 한번 보는 게 삶에 리프레시가 될 것 같아서 지원했고 면접을 보기로 했다. 지금 회사에서만 배운 능력이 다른 곳에서도 쓰일 수 있는지, 보완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보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단 붙고 나서 생각하면 되니깐 면접을 보는 이유도 있다.
회사 평판은 어떠한가?
그리고 옮길 회사도 중요하다. 신규 회사는 굴지의 외국계 화학기업을 인수한 다시 외국계 화학 기업이었다. 기존 회사의 업무와 연봉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이전 기업의 평판을 찾아봤다.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사람인, 잡코리아 등을 찾아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하나의 사업부만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하니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 순 없지만 대략적인 감을 잡는 게 중요하다.
나는 잡플래닛의 평점을 어느 정도 신뢰하는 편이다. 무려 지금 회사보다 0.7점이 높다. 2점대에서 3점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해보기로 했다. 현직자의 평점, 그리고 떠난 사람들의 이유 등을 살펴보면 어떤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잡플래닛에서 제공하는 나의 성향과 기업의 적합도를 보여주는 게 있는데 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이런 평판 서비스를 활용하면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연봉은 만족스러운가?
연봉은 중요한 척도이다. 이직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봉도 큰 척도가 된다. 보통 10~20% 정도의 연봉 인상을 원할 수 있는데 이전에 너무 높은 연봉을 불렀다가 떨어진 적이 있어서 (그 이유가 다는 아닐 수 있지만) 이번엔 조절해서 불렀다. 불러 놓고 까먹었는데 최종 지원 사항에 보니깐 헤드헌터가 정리해놔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봉 인상은 중요한 게 이직이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리스크를 감안해서 내가 흡수할 수 있는 리스크 정도를 연봉으로 상쇄한다고 볼 수 있다. 나중에 협상 여지가 있기 때문에 조금 높게 15~20% 정도로 말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대부분 낮아지는 경우가 많을 듯 하다)
지금 누리고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부산 서면에서 살고 있다. 회사는 1시간 걸리지만 지하철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고, 서면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는 가까운 영화관, 각종 문화행사, 각종 모임 장소의 메카, 초 역세권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가면 이런 혜택들이 많이 사라질 수 있다. 내가 현재 주거하는 위치에서 누릴 수 있는 부분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회사가 주는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위 5% 정도의 워라밸 정도는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5일제 근무, 칼퇴근과 유연근무제로 인한 상사와 부딪치는 시간의 감소, 그리고 회사에서 인간관계로 시달리는 측면이 없다. 경쟁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회사이고, 사무실이 70년대 정도라는 것 빼면 괜찮은 것 같다. 그러니 아직 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부분이 이직하고서도 보장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쁠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직을 준비하면서 지금 회사가 갖고 있는 장점, 현재 나의 주거 공간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옮기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성장하면서 살아간다. 하나의 조직에 계속 머물러 있어도 성장은 지속된다. 하지만 그 성장이 어떤 직급의 상승에 의해서 요구되는 수준의 상승만 있다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의 시스템에 너무 길들여지면 우리는 다른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연습해야 한다. 100세 인생 시대에 우리는 점점 다양한 사람과 조직 문화를 받아들일 순간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새로운 조직에 대한 적응을 연습하기 위해 이직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현재 나의 조직은 수직적인 구조를 갖고 있고, 긴 결재 라인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많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직 준비하는 회사는 리포트 라인이 나와 최종 결정권자라고 한다. 이게 중간 필터링이 없으니 엄청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다이렉트 보고 라인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런 점이 매력적이고 내가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치며
오랜만에 면접을 준비하려니 머리가 아프다. 회사 공부도 해야 하고, 내가 낸 경력 기술서도 살피면서 예상 질문을 생각하면서 답변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영어 인터뷰가 무엇보다 긴장된다. 글로벌 화학회사이기 때문에 분명 영어 능력을 중요시 할 것이다. 긴장하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 오픽 시험친다고 생각하고 3가지만 무조건 말하면서 진행하려고 한다. (오픽처럼 다시 듣기 버튼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다) 나는 이 글을 적고 다시 면접 준비를 하러 갈 것이다.
오래만에 입어보는 정장만큼 새로운 기운을 느끼고, 나 자신의 역량이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있는지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떨어지면 원래 회사에 계속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다른 기회도 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직을 준비하는 건 재밌기도 피곤하기도 하다. 신입 사원 면접볼 때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은데 어떨지 기대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처음 경력직 면접을 보러 가는 한 회사원의 이직 준비하면서 고려해본 것들을 적어봤다. 더 고려해볼 만한 것들이 없는지 적어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