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늦은 밤 10시.
카-톡!
다른 지역에 있을 때 같이 일했었던 직장 동료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부고장이었다.
가족이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본인상이었다.
그동안 몰랐는데 많이 아팠었다고 한다.
아직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인데
그렇게 떠났다.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 안부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다시 오지 않을 과거의 시간들을 곱씹으며
밀려오는 후회의 감정에 휩쓸린다.
이토록 삶이란 덧없는 것이구나.
모두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밀려오는 파도에 정성 들여 쌓아 올린 모래성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듯
죽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와 모래알처럼 작은 삶의 불씨도 앗아가 버린다.
몰랐던 병을 앓게 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사건들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
우리는 당연히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죽음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간절함으로 삶의 다리를 건넌다.
운이 조금 더 좋으면, 이 혹독한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다.
허무함, 공허함에 사무쳐
내 삶의 모든 목표와 꿈들이 한낱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살아야겠지.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옛말처럼.
돈이 필요하면 돈을 좇고
행복이 필요하면 행복을 좇고
보람이 필요하면 보람을 좇고
명예가 필요하면 명예를 좇고
죽음 앞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도
삶 앞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부단히 좇고 또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가슴속에 별이 된 사람을 묻고서.
사람은 죽어서도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존재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언니의 모습은
직장 상사에게 거침없이 농담도 하고
내향적인 주변인에게도 말 한마디 더 걸어주고
항상 당당하고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살아갈 내일에는
누군가에게 한 순간이라도
좋은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보다 더 편안한 곳에서
아픔 없이 푹 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