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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May 19. 2024

집이 좋은 사람 (7)

언제부턴가 퇴근하고 바로 잠에 들어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깨어있는 동안에도 때로는 졸리거나, 눈이 뻐근하거나,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맑지 못하다. 몸이 낡아가기 때문인가. 주말에 충분히 잠을 자고, 비타민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휴식을 해도. 나는 예전만큼 맑고 활기차지 않다. 


아무래도 도파민 때문인 것 같다. 내게 온전한 휴식이 얼마나 있었을까. 대게 유튜브나 온라인 쇼핑 넷플릭스가 범인일 것이고, 아무 때나 울려대는 핸드폰 알람도 한 몫할 것이다. 한 번 뇌가 도파민에 절여지면 가만히 누워있거나 산책을 할 때나 아까 봤던 쇼츠가 생각나고, 연애남매 다음화가 생각난다. 뇌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어제는 감기였다. 그런데 감기와 도파민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두통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너무 신경을 많이 썼나 보다 하고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해서 두통을 없애보는 시도를 했다.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에게도 적극적 휴식은 어제가 처음이었다는 사실만은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먼저 유튜브를 볼 때의 내 머리에 집중한다. 나의 경우는 뒤통수를 누가 손으로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도 조금 무겁고 관자놀이가 뭉쳐있다. 이 상태가 도파민에 절여진 내 뇌이다. 이 상태를 '긴장한 뇌'라고 하자. 긴장한 뇌를 잘 기억해 두자. 이제 가장 편안한 상태의 뇌를 상상한다.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털어준다는 느낌으로 긴장을 풀어보자. 누군가가 잡고 있던 뒤통수가 풀어지고 눈은 초점을 잃는다. 신경이 풀어지면서 더 이상 생각을 하기가 버거워진다. 얼굴 근육도 이완되면서 잠이 올 것 만 같다. 이 상태를 잘 기억해 둔다. 이 상태를 '풀어진 뇌'라고 하자.


이제 '긴장한 뇌'와 '풀어진 뇌'를 의도적으로 재현하자. 긴장했다가 풀었다가 잠시 쉬고 다시 긴장했다가 풀어보자. 이 과정에 익숙해졌다면 평소에도 때때로 내가 긴장한 뇌 상태인지 살펴보자. 아마 우리는 너무 자주 긴장하며 살기 때문에 십중팔구 긴장한 뇌 상태일 거다. 그럼 연습했던 대로 뇌를 풀자. 자 한결 편안해졌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뇌를 풀고, 책을 보다가도 뇌를 풀자. 도파민이 나오는 활동 중이라면 긴장한 상태일 테니. 잠시 도파민을 멈추고 뇌를 풀어주자. 가능한 자주 확인해 보자. 불필요하게 긴장하는 시간이 적어질수록 더 맑은 정신으로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날 거다. 


휴식의 공간. 부교감신경이 가장 활성화되어야 하는 침대에서조차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때가 많다. 내 피로한 뇌는 그런 잘못들이 겹겹이 쌓여 받은 업보일 거다. 맑고 활기찼던 내 뇌가 그립다. '뇌 풀기'가 나에게 다시 맑은 정신을 가져다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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