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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서 Apr 08. 2016

리스트 <사랑의 꿈>

음악 에세이 21-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리스트는 만인의 연인이었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초인적인 기교를 지녔던 그는 수려한 외모와 세련된 무대 매너를 갖춘 행운아였다. 게다가 그의 음악은 지극히 서정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그의 아름다운 야상곡 중에 <사랑의 꿈>이라는 작품이 있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은  리스트가 1847년에 프라일리그라트의 시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에 곡을 붙여서 만든 작품이다. 리스트의 생애가 과연 그러했다. 그는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모험-사랑이든 음악이든-에 결코 몸을 사리지 않았다.  

   

리스트의 작품은 단연 무대에서 피아니스트가 돋보인다. 그는 고난도의 화려한 테크닉을 음악 표현의 필수적인 요소로 사용했다.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고 강력한 도전을 받은 그는 젊은 시절 초인적인 피아노 기교로 전 유럽을 사로잡았다. 19세기 최고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리스트는 또한 새로운 개념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여러 음악가가 함께 다양한 작곡가의 연주를 했는데, 리스트는 한 음악가가 전체 음악회를 독주하는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독주회를 만든 것이다.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활동은 전설적이었다. 당시에 피아노는 발전을 거듭하며 대규모의 연주회에 적합해졌다. 음악회에 참여하는 청중의 수도 증가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그는 대중의 우상으로 살았다. 10대 초반에 이미 연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11살 때인 1822년에 자신의 연주회를 열었다. 다음 해인 1823년에는 무도회장에서 연주를 했는데, 그의 연주를 본 베토벤이 리스트의 이마에 입맞춤 하며 그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낭만주의 작곡가로서도 위대한 업적을 이룬 그는 많은 수의 피아노 작품을 썼다. 리스트는 모두 749곡을 작곡했는데, 이 중 피아노곡이 418곡에 이른다. 일흔다섯으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리스트는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서 대단히 정열적으로 활동했다. 대스타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젊은 시절에서부터 작곡에 전념한 노년에 이르기까지 음악활동을 계속했다. 리스트의 작품에서 부각되는 것은 몸의 중요성이다.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음악가는 몸의 한계를 넘어 위대한 성취를 이룬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더 이상 최상의 기술을 구사할 수 없다고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20대, 혹은 30대의 나이에 은퇴한다는 것은 음악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10대와 20대에 가진 힘으로 칠 수 있는 작품도 있지만 70대와 80대에 연주할 수 있는 곡목들도 여전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몸의 힘이 다해도 다른 힘이 그를 이끈다. 노장 음악가의 연주에서는 젊은 음악가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시간의 깊이가 느껴진다.


작곡가 나디아 블랑제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당신을 제대로만 바라볼 줄 안다면 볼 때마다 제 눈에 당신은 놀라움이에요. 그런데 당신을 볼 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그냥 당신을 보는데 익숙해진다면 당신은 더 이상 내 생각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가구처럼 되어버리고 그때 저는 패자인 셈입니다... 


진짜 노화의 징조란 사물에 더 이상 아무런 중요성도 두지 않게 되는 거예요. 매번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감동의 특권입니다.” 



음악가들은 음악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할 때 패하고, 음악에 더 이상 새로운 가치를 실을 힘을 잃을 때 늙는 것이다.     

   



리스트의 작품은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살아있는 한 사랑하라!

무덤에 서서 슬퍼할 날이 곧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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