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실물보관소 Feb 09. 2023

6. 제가 얼굴이 좀 두꺼워져도 될까요?

국가지원사업, 투자, 특허 분쟁에 대한 개인의 무력감

자기 자본 없이, 제조업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대량 생산체계로 구축된 "가격 경쟁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특허는 경쟁사의 우회 출원으로 특이점이 희석되고, 소비자는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부피가 큰 제품을 쌓아놓을 창고공간도 없이 시작한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투자를 받는 이었습니다.


전문투자사의 투자를 받기를 희망했으나, 투자사에서는 이 분야(양봉)에 대한 이해도와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회사 epp금형을 제작한, 금형 제작사 대표님께서 다음 작품에 대해서 순수하게 전액을 투자하겠다는 약속 했습니다. 창업 지원금을 1억이나 받은 사실을 알았던 그 회사에서는 우리 회사를 눈여겨 지켜봐 온 것입니다.

그 금형사는 추가 사업으로 확장을 꽤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mou도 체결하고, 투자계약서도 작성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디딤돌 창업지원사업에도 사업계획서를 넣었고, 1.2억의 지원금을 국가로부터 또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형사 대표님은 사업계획서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난 후, 아이템에 대한 공동 출원을 요청했습니다.


알아보니, 공동 특허라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특허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자본 없이 아이디어만 있는 사람이 자본가와 공동특허를 등록한다는 것은, 특허에 대한 권리만 빼앗기는 결과로 귀속될 요지가 다분합니다.     


대표님은 ‘그 정도도 믿지 못하는 사람과 어떻게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냐’면서 투자 약속을 철회하셨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대표님은 ‘이미’ 특허, 디자인, 상표까지 몰래 단독 출원을 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우리 회사 상표로 만사형통을 등록했는데, 상표 후보로 고민하던 ***통으로 금형사에서 상표 출원한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판단이 힘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특허는 선출원에 우선권을 부여합니다.

게다가, 특허 소송은 변리사와 변호사를 동시에 고용해야 하기에, 일반 소송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큰 금액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던 저에게, 특허 소송과, 사업과, 국가지원사업까지 하는 것도 힘들었니다.

게다가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받은 정신적 충격이 소송으로 치달으면서 긴 시간 동안 나를 롭혔고, 저는 가져갔습니다.


투자사로 ‘국가지원사업계획서’에 함께 하기로 넣은 모든 서류를 금형사에서 취소했기 때문에, 국가지원사업으로 확정된 1.2억마저 날아갈 위기에 쳐했으며.


다른 금형사로 바꾸기 위해 금형 데이터가 필요한데, 법적 분쟁이 끝날 때까지 금형 데이터도 넘겨주지 않아서, 제품의 생산과 판매가 중지되기도 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긴 법적 분쟁에서 생산과 판매가 중단되면 사업을 할 수 없어서 타격을 입고, 소송 비용으로 타격을 입, 정신적으로 병든다는 것을 잘만 이용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태연하 말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방법은 있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보호울타리 (www.ultari.go.kr)에서는 이런 상황 비용을 지원해 줍니다.


변호사, 변리사, 디지털 포렌식, 소송 전 조정비용까지 지원해 줍니다.     

저도 변호사, 변리사의 법무지원을 받았고, 디지털 포렌식 비용과 조정비용까지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는 아직 이것으로 얻은 금전적 이득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는 선으로 조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있을 테니까. 내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지는 이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디딤돌 국가지원사업으로 받은 1.2억의 R&D도 겨우 마무리되었고 금형제작도 거의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품 양산까지 가려면 추가 비용이 필요합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을 담보로 대출받아서 사업을 계속 영위해보려고 했지만,

기존 대출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율의 숫자 듣고 

이력서에 쓸 자기소개서까지 적어기도 했습니다.


상담 때 만난, 기술보증 기금 지점장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사업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아요.

사업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좀 줘도, 철면피를 깔 줄도 알아야 되는데,

선생님은 피해를 받아도 참을 사람 같아요.


싫은 소리가 듣기 싫어서, 남들은 다 하는 밴드나 카페 같은 곳에 홍보하지 않 2년이 넘었고.

그저 구매 요청이 올 때만 판매는.

사업가답지 않은 모습으로 사업을 해왔니.

그런 말씀에 뜨끔했습니다.


계속 이렇게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면,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낫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면...


 얼굴 두껍게 살아보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얼굴이 좀 두꺼워져도 될까요?


lostnfound@kakao.com

매거진의 이전글 5.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분명히 잘 될 겁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