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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걷어차기 Aug 07. 2023

그렇게 친정엄마의 장거리 육아가 시작됐다

길에서 매주 10시간. 엄마는 여행이라 표현하셨다.

20년 만에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손자 양육을 1년만 부탁드렸는데, 묵시적 갱신으로 5년째 부산에서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두 아이를 키워주십니다. 사랑하는 엄마와 20년 만에 살면서 부딪히는 우여곡절과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친정엄마에게 육아를 의지하는 워킹맘들에게 몇 가지 팁도 드리려고 합니다.


손자 육아를 부탁드렸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더니.


알겠다. 내가 니한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대신 왔다 갔다 할 거다. 주말에는 내려갔다 다시 올게 아빠도 챙겨야 하니깐.


아 맞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아빠였다. 남편, 집, 수고비 이렇게는 미리 염두에 두었는데 아빠를 생각 못 했다. 졸지에 나는 부모님을 주말 부부로 만들었다. 아빠는 정년퇴임한 지 1년도 안되었고 하실 줄 아는 요리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아빠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 못 했다. 다행히 아빠도 오케이 하셨다. 이미 우리가 부산에 가기 전에 두 분이 우리가 부탁할 줄 예상하고 얘기를 하셨다고 했다. 역시, 부모는 늘 자식보다 앞을 내다보신다. 두 분 다 승낙하시고.

“고맙습니다 엄마. 딱 1년만 부탁드려요.”  했던 게 벌써 5년 전. 우리 모두 엄마의 손자 육아가 지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그때는 생각 못했다.


엄마는 하고 계시던 일을 먼저 정리하셨다. 그리고 난생처음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오셨고, 몇 주 쉬시고는 나의 복직을 2주 앞두고 서울로 오셨다. 나는 둘째가 6개월이 되는 달, 복직을 했다.




6개월 아기는 태어났을 때 몸무게의 2배는 훌쩍 넘긴다. 여전히 하루에 6번은 분유를 먹고,  - 이 얘기는 자는 시간 빼면 2-3시간마다 분유를 타줘야 한다는 뜻이다. - 그리고 이유식을 시작한다. - 또 이 얘기는 분유도 모자라 이유식을 챙겨 먹여야 한다는 뜻이다. - 또, 배밀이하다가 이제 잡고 서기 시작한다. - 이 얘기는 아이가 머리 위에 있는 것을 잡다가 무엇인가를 떨어트리지 않는지, 각진 모서리의 가구에 이마나 눈을 찧진 않는지. 계속해서 아이에게서 눈을 떼면 안 되는 시기기도 하다.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분유와 이유식도 준비하고 아이 먹을거리와 빨래도 해야 하는 아주 중노동이 필요한 시기. 6개월 아기. 60이 넘은 할머니가 손자를 보기는 사실 매우 쉽지 않다.

그리고 이 6개월 아기에겐 3살 터울의 오빠도 있다. 유아 ADHD 인가? 할 정도로 에너지가 많고 갓 태어난 동생에 대한 질투로 동생 보행기부터 침대까지 모두 본인이 차지한다. 이 개구쟁이의 등하원도 책임져야 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첫째와 걸어 다니거나 씽씽이를 태우면 되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엄마는 둘째를 업고 큰 애를 다독여가며 길 건너 어린이집에 겨우 등하원을 시키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니 지금도 너무 죄송하지만.

이때 회사 눈치가 보이더라도 조금 더 늦게 복직할 걸 그랬나 싶다. 너무나도 손이 많이 가던 시기였다. 서울에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낯선 곳에서. 애 둘과 조그만 아파트 안에 갇혀 시간을 보냈을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들 친구 엄마가 우리 엄마에게

“매주 왔다 갔다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지요. 그래도 저는 이걸 여행이라 생각하면 즐겁습니다. “


나 듣기 좋으라 하는 말씀이다. 딸이 전문직도 아닌데 길에서 매주 10시간을 보내며 여행이라 생각하신다니. 내가 중소기업이라도 직장을 계속 다니기를 원하시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엄마의 한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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