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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걷어차기 Aug 04. 2023

친정엄마에게 육아를 부탁할 때 고려할 점 세 가지

엄마밖에 없었다

20년 만에 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손자 양육을 1년만 부탁드렸는데, 묵시적 갱신으로 5년째 부산에서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두 아이를 키워주십니다. 사랑하는 엄마와 20년 만에 살면서 부딪히는 우여곡절과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친정엄마에게 육아를 의지하는 워킹맘들에게 몇 가지 팁도 드리려고 합니다.



엄마 혹시 튼튼이(둘째 태명) 좀 봐줄 수 있을까? 한 1년만.


엄마에게 전화를 할까 어쩔까 며칠을 망설이고선. 전화대신 부산 친정으로 직접 갔다. 얼굴 보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엄마도 내심 둘째도 둘이서 키우려나. 누구 도움을 받아야 할 텐데, 하며 궁금했던 눈치였다.


물론 부산에 내려가기 전에 신랑과 논의를 했다.

내가 제일 신경 썼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장모와 사위가 함께 한 집에 살아야 하는데, 둘 다 괜찮을까? 둘째, 엄마가 아이를 키우기 괜찮은 (물리적인 조건의) 집인가? 또 마지막은 엄마께 얼마의 수고비를 드릴까 하는 것이었다.


신랑에게 물었다.

“장모와 사는 것 괜찮아?”

“그럼. 도와주시면 너무 감사하지. 죄송해서 그렇지”

그래. 다행이다. 그리고 고마웠다. 사실 시어머님이 도와주신다고 하면 - 어머님 너무 좋은 분이고, 감사하지만 - 나는 스트레스를 받긴 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살림의 영역이 겹치니깐.

첫 번째 조건은 결국 엄마에게 달렸다.


두 번째, 집.

우리는 당시 신혼집에 무려 6년째 살고 있었는데, 위치는 좋으나 30년도 더 된 다세대주택 2층 셋방이었다. 거기서 첫째를 키우는 걸 친구들은 기적이라 할 정도로 가파른 계단에 웃풍도 심한 낡은 집. 둘 다 버는 것이 적고 모은 것이 초라했으며 부모 도움 안 받겠다고 자존심만 있었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 아쉬움이 많은 집이었다. 그 집에 친구들과 지인들도 참 많이 초대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다. 초라한지도 모르고 초대한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 초라했던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 헷갈리지만 몇몇 신혼집에 초대받아 가보고는 부끄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기는 어려웠다. 가파른 계단으로 노인이 아이를 업고 왔다 갔다 하기엔 불가능했다. 엄마에게 독립된 방을 하나 내드릴 수도 없었다. 무리를 해서 집을 옮기기로 했다. 낡은 복도식 아파트지만 엘리베이터가 있고 유모차 끌기가 용이한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맞은편 건물에 국공립 어린이집도 있는 곳으로.


세 번째, 수고비.

네이버에 연신 두들겨 봤던 것 같다. 맘카페에 소심하여 글써서 물어보지는 못하고 과거 글들을 검색해 봤다. “아이 봐주시는 친정엄마/시어머니께 얼마나 드리나요” 요즘 맘까페엔 별 것을 다 물어본다 했었는데 나도 거기서 힌트를 얻으려했다.

종일 아이를 봐주시는 육아도우미를 고용할 때, 대략 250만 원에서 300만 원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조선족이냐 한국인이냐에 따라 다르고, 경력에 따라 달랐다. (국적에 대한 이슈는 나도 거부감이 들지만 육아 도우미 시장이 그러하다)  어떤 사람은 육아도우미 이상으로 감사하니, 그 이상을 준다는 사람부터. 어차피 형편이 안 되는 부분도 있어 양육을 부탁드리는 것인데 그럴 바에 사람을 쓴다는 사람까지 너무나 천차만별이었다. 신랑과 논의 끝에 내 수입의 30-40% 정도를 넘어가면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 (아파트로 옮기면서 대출금도 무시를 못했다) 그 정도에 맞춰 드리기로 했다. 눈치챘겠지만 육아도우미 고용비보다 한참 모자라는 금액이었다. 엄마께 너무나도 죄송한 부분이었다. 내 월급이 거의 육아도우미 수준이었기에. 차차 조금씩 더 드리기로 하면서.


저녁을 먹고서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한잔 하며 화기애애할 때.



저기…엄마. 드릴 말씀 있는데…너무 죄송하지만, 우리 애들 좀 봐주실 수 있나요. 1년만이라도. 터무니없는 액수지만 수고비도 드릴게요


나는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다음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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