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주아빠 May 16. 2023

나를 위한 미디어 환경 가꾸기

우리가 미디어에 철저히 영향받는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최근 3개월 간 딱 23권을 완독했다. 보통 1년에 4-5권 정도 읽는데, 올해는 출퇴근 시간을 아끼면서 읽고 있다. 주제는 (그동안 정말 드물게 읽었던) ‘자기계발’, ‘부’, ‘돈’, ‘성공’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책의 저자들이 돌아가며 내게 쓴 잔소리를 해댔다. 배우고 실천할 점들이 많아 기분 좋은 잔소리로 받아들였다.


원래 귀가 두꺼운 편이 아니라서, 그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이불을 개고,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두고,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제발 책 좀 읽어라’는 저자들의 공통된 의견을 따라 한 권씩 더 읽었다.




특히 그동안 우리 가정의 가계에 대해 한심한 수준으로 관심을 ‘안’ 기울였다는 생각이 들어 매달 수입을 어떻게 쓸 것인지, 남은 대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아내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동시에 우리가 그동안 ‘무엇에 영향을 받아’ 이런 저런 소비를 강화해왔는지도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이 영향을 주는가 따지자면 모든 것이다. 소셜, 방송, 유튜브, 친구, 회사동료 등등. 이 모든 것을 나는 미디어들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으려고 애쓰면 불필요한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오히려 내가 미디어에 충분히 노출되고 영향받는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그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향받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싶은 사람을 따르고, 그런 책들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소셜서비스에서 팔로우를 하면 된다. 반대로 내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좋은 감정을 앗아가고, 쓸모없는 지식을 채우게 하는 것들, 그리고 ‘그런 것’들로 가득한 미디어는 거리를 두면 된다. 인스타그램을 도저히 끊기 어렵다면 새로운 계정을 파고 원하는 것들로 추천 피드를 다시 채우면 된다. 




그래서 뉴스와 신문 가짓수를 손에 꼽을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세상은 나를 위한 미디어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유도는 무한대에 가깝고, 동시에 그 책임도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본다. (‘전적인 책임’이라는 단어가 개인에게로 향하는 것이 불편할지 모르겠으나, 선택의 통제력까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 탓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최근 장기간 베스트셀러 상단을 차지하는 <세이노의 가르침> 중 MZ 세대에 관해 이런 대목이 있어 발췌했다. 그냥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한번 더 곱씹게 된다. 어차피 SNS 그리고 다음 세대의 미디어플랫폼은 거스르지 못할거고, 이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어떤 것들로 주변을 가득채워 주어야할지 잘 고민하는 것으로...




“작금에 많이 회자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는 바로 그런 게임 세상을 살아온 대표적 세대이다. 이 세대 역시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두 갈래로 나뉜다. 부잣집 자녀들과 나머지다.”


“그 18만 명 중 일부는 X세대 혹은 오렌지족으로 불리던 2세대에 속할 것이고, 일부는 MZ세대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 3세대 부유층에 속할 것으로 나는 추정한다. 3세대 부유층에 속한 MZ세대 사람들은 이른바, 고생 없이 등 따뜻하게 자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고 사고방식이 게임 플레이어에 가깝게 세팅되어 있으며, 그런 그들이 다른 (부유층이 아닌) MZ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나는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한다.”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앞에서 말하였듯이 부유층 중 3세대에 속하는 MZ세대의 영향력이다. 먹고사는 데 있어 전혀 문제가 없는 그들이 SNS 등을 통해 동시대 다른 또래들에게 자기들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월급 루팡이나 오피스 빌런(office villain)이면서 말이다. 바로 그들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하면 너무 직설적일까?”


“MZ세대이지만 부유층 3세대가 아니고 딱히 물려받을 것도 없다면, 저들을 절대 따라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살아라. 아울러 이 글에서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고 유동성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어째서 경제신문이나 주간지를 읽으라고 하는지 깨달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에게 잔상이 남는다는 건 파도와 같은 것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