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이너 게임, 김승호 회장, 비즈카페
우연히 테니스 이너 게임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요즘 매일 즐겨보는 비즈카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요약하면, 힘 빼고 너무 생각하지 말고 치라는 거란다. 의도적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치면 잘 안되고, 그냥 치는 게 낫다는 게 핵심 내용이라고 한다.
'나도 읽어봐야지' 생각하다가, 여러 명사들과 작가들이 했던 말들, 그리고 파도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은 브랜딩을 이렇게 말한다.
"브랜딩이 뭐 계획으로 되는 거 같아요? 지금 잘 되었으니 스토리를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애플 보세요. 컴퓨터 브랜드가 '사과'라는 게 멋있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깐 처음부터 브랜딩 하려고 힘주지 말고 애쓰지 마세요"
(출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다른 유튜브 영상에서도 이런 코멘트가 있었다
"유튜브에 어떤 영상을 올릴까 고민이 될 때에는,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올리세요. 퀄리티를 높이느라 시간을 몽땅 쓰기보다는, 아웃풋의 양을 늘려가는 게 낫습니다. 그냥 매일 하는 게 낫습니다"
비즈카페 유튜버도 '테니스 이너 게임' 책을 소개하면서, "완벽해지려고 하면 주저하게 되고, 주저하게 되면 속도가 늦춰진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인정받으려고 애쓰면 뭔가 시도하거나 해내는 게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퇴근길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문득 '동해바다 보고 싶다'는 마음과 '파도가 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인적이 없다시피 한 해변에서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데, 내 입장에서 파도가 주는 심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끊임없이 해변을 치고 지나가는 무한한 반복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파도가 한 번의 턴(turn)을 칠 때 그 모습은 의도가 없고 계획이 없다. 다만 약간의 변주를 담아 조금 높이 솟았다가, 조금은 잠잠하게 쓸어왔다가를 반복할 뿐이다. 무작위로 파도의 영상을 1분을 찍어 시점을 유추해보려 해도, 일관된 모습은 10분 전인지 10년 전인지 짚어낼 수 없다.
브랜딩을 잘(전혀) 모르지만, 어떻게 브랜드가 형성되고 성장하는지에 대해서는 가끔 궁금한 편이다. 꼭 회사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소셜에서 잘 알려진 인플루언서, 밀접한 거리에서 신뢰하는 지인까지도 브랜드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그런데, 파도와 같은 무한한 반복성이 브랜드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것 아닐까?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지겹겠는가. 그들이 지겨움을 견디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안 스포츠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나이키는 하나의 심상으로 굳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똑같은 이야기를 할 거라면 가벼이 골라서는 안될 것이고, 조금 더 보태면 좀처럼 바뀌지 않을 고집이나 신념을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구나, 하는 짧은 결론에 이르렀다.
아무튼, 그들의 제언처럼, 꾸준히 아웃풋을 내는(=글을 쓰는) 연습을 위해 이른 아침 힘 빼고 애쓰지 않고 퇴고 없이 써본다. 나는 어떤 메시지를 지겹도록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