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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에 갇힌 마음

by 요술램프 예미

결핍은 여러모로 많은 흔적들과 부작용들을 남긴다. 부모에게서, 친구들에게서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간의 관계라는 것은 일직선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부모에게서 사랑받았다고 해서 결핍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적으로는 많은 채움이 있었더라도 물질적으로 가난했더라면 결핍이 있을 수 있고, 물질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심리적 결핍으로 인해 세상 누구보다 가난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어떤 사람은 주변 모두에게 부러움을 받고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본인의 삶에 전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결핍이라는 것은 증명할 수도, 객관적일 수도 없는 것이기에 누군가가 보기에는 멀쩡하더라도 속은 어떨지 감히 짐작해서도 안 되며, 본인이 결핍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믿어줘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할 수밖에.


심리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은 ‘결핍의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순간은 완전해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거나 미래를 설계한다. 어린 시절 우리의 의식은 미래에 가 있다. 사회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나가게 만들고, 부모는 모든 욕망의 충족은 대학 합결 이후에 이루어주겠노라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미래를 준비하면서 단계를 밟고 넘어가는 것을 과업 삼아 살아간다. 학창 시절에는 입시를 위해, 이제 막 성인이 되면 경력을 위해, 중년이 되면 노년의 안정된 삶을 대비하기 위해 현재를 소비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학습한다. 그렇게 현재는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 지금을 누리는 것은 미래에 가능한 것으로 미루는데 익숙했던 우리는 미래가 되어서도 여전히 미루는데 익숙한 사람이 된다. 막상 그 미래가 오면, 과거는 다시 돌릴 수 없고,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들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형편일 때가 많다. 그렇게 미래에서도 또다른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망과 소망은 억압되곤 한다. 무엇보다 그때 누리지 못한 것들은 그때 누려야 했던 것들이라 현재라는 관점에서는 결핍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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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우관. "상처의 흔적들을 유배시키기 위해, 무용이 유용이 될 때까지 쓰고 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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