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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안 Feb 08. 2021

또다시 마약, 해피엔딩은 없다.

메스암페타민과 재벌 3세

 지난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다가 익숙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녀는 대기업의 재벌 3세였다. 그녀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했던 것은 2019년도였다. 한 유명 아이돌 가수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함께 투약한 인물로 그녀가 등장했었다. 그녀는 필로폰을 투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유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2020년 12월 28일,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되었다. 경찰이 그녀와 지인들의 녹취록을 조사한 결과 

'눈꽃'

'북한산 뽕' 이란 단어들이 등장했다. 모두 메스암페타민을 의미하는 은어였다.


감기약에서 발견한 희대의 마약

감기약인 줄 알았다. 추출한 성분이 기침과 콧물에 효과가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대신 끔찍할 정도로 정신은 개운했고 황홀한 기분마저 들었다. 

'메스암페타민'은 1893년에 나가이 나가요시라는 일본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약국에 가면 '마황'이라는 생약이 있다. 한방약으로 주로 사용하는 약이다. 이 일본 교수는 생약성분 마황 안에 '에페드린'이라는 성분을 추출하다가 우연히 이 희대의 마약을 발견해내게 되었다. 이 약의 '뛰어난 각성 성분'이 알려지게 되면서 필로폰, 히로뽕이란 이름을 붙였다.  '필로폰'(일본어로는 히로뽕)이란 이름은 필로포노스(philoponos)로 그리스어로 '노동을 사랑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 이 약은 '각성제', '피로회복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독일 동맹국과 연합국에서는 공공연히 이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기간 행군이나 비행을 하는 군인들에게 투여가 되었다. 독일 총통 히틀러도 말년에 이 약을 맞고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결국 전쟁이 끝난 후 수많은 약물 중독자들을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


메스암페타민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각성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세관에 적발되는 마약 중 가장 많은 게 암페타민 계열 마약이고 지금까지도 많은 마약사범들이 사용하는 약물이다. 메스암페타민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만들기 쉬우며 효과가 강하기 때문이다. 위에 녹취록에 보면 '북한산 뽕'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는 히로뽕 중 절반은 북한에서 생산되어 중국을 건너 넘어온 물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벌, 연예인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빈민 마약사범이 많다. 뽕은 만들기 쉬울뿐더러 만들면 수익이 크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고된 노동과 배고픔을 잊기 위해 사람들이 히로뽕에 손을 대니 최고의 부가가치 상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집과 실험실에서 몰래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바로 감기약을 통해서였다. 감기약에 들어있는 슈도에페드린과 에페드린 성분의 화학구조가 메스암페타민과 닮아있다 보니 화학합성으로 만드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성분을 절반 줄여서 판매하거나 고용량은 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해롱이의 결말

최근 보았던 드라마 중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었다. 교도소 생활을 주제로 다른 내용이었는데 그중 '해롱이'라는 캐릭터가 제일 인상 깊었다. 독특한 말과 재스처, 그리고 행동으로 극 중에 웃음을 톡톡히 주는 감초 역할이었다. 해롱이는 '유한양'이라는 인물로 극 중 뽕쟁이 즉 마약사범이다. 그는 감방에서 자신의 애인과 가족들, 그리고 감방 동료들의 도움으로 약물 금단증상을 잘 버티며 약을 끊어나간다. 그리고 그는 무사히 출소를 하게 되고 그날 밤 교도소 앞 부대찌개 집에서 가족들과 재회하기로 약속한다. 내심 그의 해피엔딩을 바랐지만 그의 마지막은 충격적 이게도 다시 마약을 함으로써 붙잡히는 것으로 끝난다. 해롱이는 감방을 나오자마자 가족들에게 가는 대신 자신에게 처음 약을 준 중개인에게 간다. 그에게 욕을 내뱉으며 주저 없이 자리를 뜨려했지만 손잡이를 잡은 손은 움직이지 않고 주사기를 팔뚝에 찔러 넣는다. 

드라마 속 캐릭터에 애정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 결말에 대해 '마약사범들과 인터뷰를 해보고 현실적으로 내린 결말'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이 결말이 가장 있을법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메스 버그와 메스 마우스  

 사실 처음 드라마에서 해롱이라는 캐릭터를 보았을 때 그의 모습이 마약사범에 대한 미화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너무 곱상하고 피부도 멀쩡하며 말투도 마치 귀염둥이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뽕쟁이라고? 적어도 내가 아는 뽕쟁이는 아니었다.  

 2019년에 그녀와 사귀던 아이돌 가수가 경찰서에 출두하면서 그의 다리 사진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실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다리에 난 상처 자국들을 보면서 '메스 버그'를 의심했었다. 메스 버그란, 메스암페타민으로 생기는 특징 중 하나이다. 피부에 마치 벌레가 다니는 듯한 환각을 일으키는데 그래서 벌레를 긁어낸다고 피부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메스암페타민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메스 마우스'이다. 히로뽕을 하면 잇몸이 괴사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입안이 매우 건조해지고 이가 빠르게 상한다. 얼굴과 온몸의 피부가 말라비틀어지고 외형이 빠르게 변한다. 보통 2년 정도 약물에 중독되면 외관상 20살은 늙어 보인다. 그래서 메스암페타민은 마약들 중에서도 외형이 끔찍하게 변하는 약물 중 하나이다.   

중독 3,4년 새에 얼굴이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다. 
정해진 결말

 한 중독자가 말한다. 

'메스암페타민은 호기심으로 한번 손을 댄 순간 남은 평생을 또 다른 나와 싸워야 한다.'

 메스암페타민의 또 다른 특징은 높은 중독성에 있다. 그래서 다른 약물과 달리 메스암페타민은 한번 손을 대면 다시 마약을 해야 하는 재범률이 높다. 보통 2명 중에 1명은 다시 약물에 손을 댄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녀 역시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마약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약중독자가 약물을 끊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와 주변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하다. 설사 이런 조건이 갖추 어진들 현실은 재범률 1:1에 수렴하듯 아슬아슬하다. 

 드라마 속 해롱이의 결말은 '가장 충격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감독은 '우리가 바랬던 드라마의 결말' 대신 '우리는 보고 싶지 않지만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선택함으로써 시청자에게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번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다. 연예인과 재벌들의 마약 투약에는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 사법기관의 배려로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거고, 아니면 마땅히 받아야 할 법의 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한 재판과 판결, 수사가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녀의 육신과 정신 그리고 삶에 어떤 결말이 도래할지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그녀 주변의 두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내던졌다. 무엇을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마약에 있어서 적어도 해피엔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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