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이 뭐야? 영어 유치원은 없고 영어 학원입니다.
Harry의 유치원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전 부터 시작되었다. 보통의 영어유치원은 5세부터 입학생을 받는다. 그 때 나는 영어유치원이란 영어로 일상 생활을 하는 유치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유치원 커리큘럼을 영어로 진행한다고 생각했던 것 이다. 집 근처 영어유치원으로 추정되는 학원들에 일일이 전화해서 상담 일정을 잡던 어느 날,
"아, 거기 ㅇㅇㅇ 영어유치원이죠?" 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목소리
"어머님, 여긴 영어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입니다." 순간 당황. 네이버 검색창에서 나온 대로, "아 ㅇㅇㅇ어학원 맞나요?" 했더니 맞단다.
그 때는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 말의 뜻을 아는 데에는 2년 하고도 몇 개월이 걸렸다. 아이가 결국은 '영어 유치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학원에 가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유명하다는 학원(이라쓰고 영어 유치원이라고 읽는다)들을 둘러봤다. 상담도 받았다. 5세부터 다니기 시작하면 더욱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동일한 것을 배워도 발화가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하나같이 교실이 참 좁고 낡았다. 나는 약간의 폐쇄공포증도 있는데 코딱지만한 창문밖에 없는 영어유치원이 한 없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신도시에 비해 서울 한 복판의 학원들은 하나같이 좁고 답답한 구조로 되어있다. 영어유치원이 아니라 다른 곳들도 다 낡고 좁다. 신도시의 시원시원한 구조와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하드웨어는 낡았지만 소프트웨어는 뛰어나겠지' 위로했다. 건물은 낡았어도 다니는 친구들과 선생님은 그래도 서울이니 좋지 않겠냐? 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5세인데 그런 좁은 곳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게 하는 것은 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보류, 그리고 6세에도 나는 계속 일반 유치원을 보냈다. 참고로 일반유치원은 서초 지역에서는 병설유치원/사립유치원이 있다. 아이는 운 좋게 일반 유치원에 합격했고 즐겁게 다니기 시작했다. 이는 정말로 '운 좋은'일이었는데, 5세 때 처음 지원했을 때에는 아이의 3지망 모두 45번-50번 정도의 대기표를 받았었다. 내 앞에 4-50명이 있는 셈. 1년 내내 기다려도 아이의 차례는 오지 않았고 어린이집을 다닐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강남/서초 지역에서 100인 이상이 다닐 수 있는 일반유치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내가 이사한 이후에도 동우 유치원이 폐원했고, 24년에는 우정 유치원도 폐원한다. 우정 유치원은 1987년에 개원한 유치원인데 코오롱 부지 개발로 영원히 문을 닫게 된다고 했다. 아이들의 유치원 자리는 2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당연히 재개원은 없을 예정이라고.
지금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일반 유치원이 없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영어유치원으로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