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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Jul 19.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프라하

존중, 건축, 동유럽

2015년 11월 7일


카를교 위에서


존중- 체코어 인사말

              

청소가 다 끝나시고 나도 같이 나왔다.

나는 저녁을 먹지 못해서 근처 마트가 있냐고 물어봤고 아주머니는 마트는 아니지만 슈퍼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고마워서 데꾸이 라고 대답했다.

데꾸이를 몰랐다면 큰 일 날 뻔했다. 체코어는 오늘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이렇게나 데꾸이를 많이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84'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씩 여행지에서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몰상식한 관광객 무리들이 있는가 하면 관광지 벽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장소에서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하고 좁은 장소에서 자신의 집인 것 마냥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서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 자신을 왕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는 돈이라는 자본을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다. 여행지도 엄밀히 말하면 그 도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여행자는 여행지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꼭 지키려고 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의 인사말은 현지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발음도 비슷하게 연습했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인사말 한마디가 가지는 파급력은 대단했다. 상점이나 식당에 들어갈 때 현지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면 받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훨씬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서울을 찾아온 외국인이 어눌한 발음이지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생각해보라.


내가 실천한 작은 행동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나는 프라하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체코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습했다. 비록 프라하 일정이 짧아 체코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현지인들에게 존중을 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인사말을 익히고 간 것이다. 그리고 프라하에 도착한 날부터 나는 'Dekuji'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호스텔은 세계에서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영어가 통용되는 곳이다. 이로 인해 체크인 수속은 영어로 이루어진다. 나는 호스텔 직원에게 방 안내를 받은 후 그들에게 'Dekuji'라고 인사를 했다. 그 순간 직원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나타났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단어를 어떻게 알았냐고 하면서 기뻐했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지하철 역 안에서도 나는 지하철 표 구입을 도와주신 아주머니께 감사를 표했다. 그때도 나는 'Dekuji'라고 인사했다. 아주머니께서 영어는 못하셨지만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럽의 인사문화는 자유롭기 때문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프라하에서의 첫째 날이었지만 나는 벌써 여러 번 감사를 표현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Dekuji'라는 말을 몰라서 'Thank you'라고 말했더라면 의미는 전달되었겠지만 진심은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의 언어로 나의 마음을 전달했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마음을 받을 수 있었다.


카를교 입구의 화약탑
프라하 성. 카를교



2015년 11월 8일


천문 시계. 구 시청사 광장


건축- 구 시청사 시계탑

         

유럽을 여행하면서 나는 유럽의 건물들은 통일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비슷한 건물들이 모여서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에 통일된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편견을 깨버린 것이 체코의 프라하였다. 프라하 때문에 건축양식 분석보다 프라하 자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하나의 통일된 것이 있다면 프라하의 빨간 지붕 들일 것이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85'                                        


유럽 주택 건축의 핵심은 통일성이다. 나는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건축양식이 무엇인지 보고 왔다. 언뜻 보기에 유럽의 건물들은 비슷해 보였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차이점들이 있었다. 각각의 특징은 크게 영국식, 프랑스식, 플랑드르식, 독일식, 스페인식, 알프스식, 이탈리아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같은 통일성 안에서 각 나라와 도시는 특색 있는 건축 양식을 형성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경우 런던 대화재의 이후 도시를 재건했기 때문에 런던을 중심으로 벽돌로 지어진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편 프랑스는 나폴레옹 때를 기점으로 프랑스 특유의 사다리꼴 지붕으로 지어졌다. 지대가 낮은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과 네덜란드는 폭이 좁고 높게 솟은 건물들이 주를 이룬다.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많이 입은 독일은 특유의 삼각형 지붕을 차용한 깔끔한 건물들이 많다. 스페인은 이슬람의 영향으로 스페인 특유의 무늬가 발달했다. 스위스는 산악지방이 많다 보니 단독 주택이 발달했고 산업 구조로 인해 유리 진열대의 비중이 크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는 고대 로마의 흔적이 느껴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들이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프라하에 도착한 날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프라하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독일과 근접한 국가라서 독일식 건축을 쓰고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구시가 쪽으로 갈수록 프랑스식 건물과 플랑드르식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니 이번엔 이탈리아식 건물들도 보였다. 나는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유럽의 건물들은 모두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는 고정관념으로 건물들을 관찰했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은 통일성이 전혀 없었다. 프라하 안에는 모든 건축 양식이 존재했다.


정각마다 울리는 천문 시계
르네상스 양식의 구시청사의 건물들
고딕 양식의 틴 성모 교회


프라하는 건축물 전시장이라고 불린다. 구시가지의 종탑에서 프라하를 바라보면 정말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이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건축양식에는 프라하의 역사가 담겨있다. 보헤미아 왕국에서 출발한 체코의 역사는 왕조의 교체에 따라 다양한 건축양식이 나타났다.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출발한 건축은 신성 로마 제국의 영향 하에서 고딕 양식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16세기에 이르러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국의 통치 하에 놓이면서 바로크 양식의 건축이 도입된다. 바로크 양식은 프라하의 쿠폴라와 에메랄드색 대리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건축양식의 변화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체코슬로바키아는 유럽의 시대적 흐름과 함께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이 유행했다. 이 시기에는 빈 중심의 건축에서 벗어나 파리의 건축을 따라가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나치의 지배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시대를 겪으며 공산권이 된 체코슬로바키아에는 소련의 주도하에 기능주의 건축물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역사의 끊임없는 변화가 현재의 프라하를 만들어낸 샘이다. 프라하의 다양한 건축양식에는 전쟁과 침략으로 얼룩진 프라하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있었다.


밤의 구 시청사 광장



2015년 11월 9일


스페인 유대교회당 내부


동유럽- 카를교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마침 대형마트가 보였다. 내일 아침에 먹을 것을 사는 것이 목표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코루나를 비우기 위해서였다.

파운드, 프랑 모두 떠나는 날 비우기 위해서 얼마나 가격표를 유심히 봤는지 모르겠다. 정확하게 모든 동전을 없애기 위해 나는 한참 동안 가격 계산을 했다.

먼저 체코 맥주회사가 만든 무알콜 칵테일을 고르고 빵 코너로 이동했다.

아침에 먹을 빵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빵이 너무 싸다. 지나치게 싸다. 그래 점심 것 까지 사자.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에서 빵을 사 먹었지만 프라하는 분이 넘치게 쌌다. 나는 돈을 비우기 위해 빵을 4개나 샀다. 너무 많아서 숙소 가는 길에 빵 하나를 집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86'


프라하 성에서 바라본 프라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을 내기 시작했다. 프라하가 가져다주는 낭만은 프라하가 가지고 있는 빨간 지붕 하나면 충분했다. 시간이 흘러 프라하의 빨간 지붕들이 자취를 감추고 조명의 주홍빛이 프라하의 밤을 은은하게 비췄다.


프라하는 내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도시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유럽 대륙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유럽은 크게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구분한다. 이는 지리적 기준이 아닌 냉전시대 당시의 정치적 구분을 내포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에는 체코, 헝가리와 같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뿐만 아니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우리가 아직도 잘 모르는 발칸반도와 구 소련권 국가들까지 포함한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카를교
프라하 성 입구
프라하 성 내부
성 비투스 대성당


공산정권이 붕괴되고 자본주의의 역사가 얼마 안 되는 동유럽 국가들은 아직도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경제 소득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 내에서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프라하에는 영어로 병기된 표지판을 찾기 힘들다. 지하철 시설도 많이 낙후되어 있고 수도 답지 않게 도시 규모도 크지 않다. 이렇게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프라하지만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다. 서유럽의 국가들은 그들의 화려했던 역사로 인해 관광객들을 당연하다시피 생각한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관광객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프라하는 달랐다. 프라하는 역사의 뒤안길에 있었기에 한 명의 관광객조차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 나는 카를교 위에서 블타바 강을 바라보았다. 카를교가 아름다운 이유는 블타바 강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카를교를 거닐며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프라하와 작별인사를 한다. 내가 유럽여행 중에 들렀던 동유럽 도시는 프라하 뿐이었지만 나는 프라하에서 동유럽을 보고 왔다.


블타바 강. 카를교
카를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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