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클래식
2018년 5월 31일
구시가 쪽으로 들어갈수록 벽돌 건축물들이 많아졌고 유럽의 건축양식을 사용한 대리석 건물들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박물관 앞쪽에 왔을 땐 이너하버의 풍경과 저너머로 유럽의 여느 궁전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멋진 BC 주 의사당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의 푸른 잔디밭 위로는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찍거나 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사진 속의 풍경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도시들은 유럽의 도시들과 비슷한 점, 다른 점이 공존한다. 이러한 점은 시간적 차이에 따른 건축의 공통점과 차이점 때문에 발생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도시 형성은 대부분 유럽계 이민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두 대륙은 모두 서양식 건축을 기본으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을 따져보면 아메리카 대륙의 도시들은 유럽의 도시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유럽 대륙은 그 자체로도 역사가 상당하다. 유럽의 건축은 장대한 역사로 인해 건물들이 대체적으로 오래되었고 도시가 건축적으로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는 다르다. 똑같이 유럽의 건축을 바탕으로 도시 형성이 시작되었지만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이미 도시가 형성되었던 유럽과는 다르게 산업화가 도시 개발에 지속해서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도시의 건축물 중 현대 건축물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러한 점은 캐나다, 미국과 같은 신대륙 국가 도시들의 특징이 되었다. 동시에 유럽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BC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주도인 빅토리아의 경우는 달랐다. 빅토리아는 현대 건축물이 많았던 밴쿠버와는 다른 느낌을 풍겼다. 일정한 높이의 벽돌 건축물들은 훨씬 더 유럽스러운 빅토리아만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나는 빅토리아의 중심지인 BC주의사당 근처에 다다를수록 더욱더 유럽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유럽식 건축의 주의사당 앞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 그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부둣가의 배들, 이 모든 것들이 유럽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2018년 6월 1일
복도마다 그림이 걸려 있고 유럽에서 온 장식품, 식기, 가구들이 많았다. 가족사진도 많이 있어서 그의 가족들이 살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관람을 하다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연주가를 볼 수 있었다. 저택 분위기와 맞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건데 곡 이름을 몰라 네이버 음악 인식으로 바흐의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래식은 저택 전체에 울려 퍼졌다.
홀로 덩그러니 위치한, 빨간 지붕, 대리석 벽돌의 조그만 성
나무로 된 가구들,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아기자기한 장식품들
성 안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던스뮤어 가족들의 초상화
현재와 과거를 잇는, 성 전체를 감싸 도는 첼로의 짙은 음색
경쾌한 현의 움직임이 그 시대 던스뮤어 가족들의 생활에 숨을 불어넣는다
저택의 겉모습은 유럽의 성보다 작았지만 화려했다. 작은 중세 성을 보는 것 같던 크레이그다로슈 성은 빅토리아의 부호였던 던스뮤어 경이 세우기 시작한 저택이었다. 저택은 1차 세계 대전 등의 사건들을 겪으며 군용 병원, 대학교, 음악원 등의 용도로 쓰였다고 했다. 저택 안을 살펴보면 던스뮤어 경이 유럽의 귀족문화에도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저택을 구경하며 유럽의 궁전을 관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부를 관람하다가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음악, 나도 모르게 첼로가 연주되던 계단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성 전체에 울려 퍼졌던 묵직한 울림은 저택의 예스러운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내가 던스뮤어 가족들을 잊을 수 없도록 강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