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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umazein Jan 07. 2022

나를 뒤흔든 세상의 문장들 9

수천을 준다해도 백석의 시 한줄만 못하오

글을 읽다보면 그와 한 시대에 살지는 못했지만,

만약에 한 시대에 함께 살아 만나서 혹여라도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면

분명 내가 한눈에 반했을 것만 같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그도 좋아했다하니,

영혼까지 통하면 어찌하란 말이오.

더욱 더 사랑에 빠지겠소.


그를 사랑한 여인의 유명한 고백,

"수천을 준다해도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오."


두 말해서 무엇하리,

적막하게 혼자인 어느 겨울날엔 꼭 떠올리게 되는 그의 시 구절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단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중에서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무엇으로도 부러지지 않을 것만 같이 강한 사람이

자신만의 아픔을 시로 표현하는 것

사로잡는게 또 있을까.

매서운 한겨울 바람을 타고

자꾸만 올라오는 하얀 송이처럼 

내겐 무 로맨틱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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