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aumazein Nov 24. 2023

고통의 바다를 건너려는 당신에게


우리는 생의 한가운데,

자기만의 고통의 바다 앞에 서게 되는 순간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져

고난의 항해가 시작되는 때가 있다.

그 항해에서는 내게 보내는 많은 이들의 응원도

아득히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기적소리만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거친 망망대해에 홀로 떠오른 배.

불안 소용돌이치고 괴로움 회오리치는 밤,

자유롭지만 가혹한 이 세계가 이 되어 나를 찌른다.


나는 이제 깊고 어두운 물살을 몇 만 번이고

혼자 저어서 나아가야 한다.

처절하게 외롭고 아프고 슬픈 시간만이 흐를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힘이 있다고,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을 뒤집는 가장 강력한 힘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혼란과 절망이 내게 찾아오고

내 몸과 마음에서 생겨난 고통은

문제를 바로 잡아달라는 신호.


'살면서 인간의 힘으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를 유일하게 풀 수 있는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는 동안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시간을 버티는 일이다. '

- 화탁지, <계획된 우연>


그 시간을 버티고 지나온 자에게는 운명도 어찌하지 못하는

깊고 단단한, 그 무엇보다 견고한 내력이 생긴다고 나는 믿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영원한 타인이지만,

당신이 차라리 홀로 고을 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떤 연유로 나에게도 고통이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보고자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가닿지 않음을,

더 크나큰 고통의 무게 앞에서 나의 말들은

그저 차가운 공기 아래가라앉아 버림을, 

씁쓸한 무력함을 마주하고 만다.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 리처드 도킨슨, <이기적 유전자>


내 무력한 말들도, 애쓰는 마음도,

결국 나의 평온함을 바라는 이기적인 바람임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이 글을 읽어달라고,

그리고 부디 온전히 숨 쉬어 달라고 부탁한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파도 위 함께 항해하는 물결이라면,

풍경이라도 진실로 함께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숨이 트는 이 될 수도.


당신이 가는 길이 꽃밭이든,

고난의 강이든,

아침이 오기 전 가장 어두운 망망대해 밤바다이든,

나는 마주함에 주저하지 않겠다.


당신이 이뤄낸 모든 것은 대단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뤄낸 당신은 실로 그보다 더 크기에.


결국 밤의 장막을 걷고 헤치고 나와

아이처럼 다시 웃을 것을 기에.


비록 바다 수평선 끝에서 만날 이 내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함께인 듯 따로 겨울 아침 노을처럼

새롭게 떠오를 것을 믿기에.


그러니 마음을 얹고 묵묵하게

 나만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겠다고.

당신이 파도와 싸우고 분투하는 동안

나 또한 이 세계와 싸우고 대항하고 있겠다고.

언젠가 내가 밤의 항해를 할 때 내 곁에 누군가 그러했듯이.


세상이 아무리 폭풍우가 쳐대는 불바다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 달라고.

지척이 아닌 따로 등대같은 달빛일지라도

나는 분명 꺼지지 않고 길을 환히 비추고 있겠노라고.

그러니 당신 또한 부디

당신의 바다를 

고히

건너 달라고

내 이기적인 바람을 보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