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 영화보기

인도의 일상여행자 6화

by 김은형

아그라 성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사장인 페즈를 만났다. 우리가 묵는 숙소는 일종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인데 아버지가 투자하고 경영은 이제 23세인 아들 페즈가 한다. 인도가 “인디아 프로젝트”라는 국가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진행하면서 디지털기술과 가까운 20대들이 사회 곳곳의 신진 리더로 등장했다. 그날 만난 페즈의 친구들 모두가 레스토랑 사장이거나 정치가이거나 호텔 사장이거나 등등 아그라에게 자기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20대는 모두 학생신분들이거나 취준생인데, 인도는 그냥 20대 초반부터 사회조직의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기에 자극이 되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앞서 말한 “인디아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아이들이 기세 좋게 용기를 내어 유예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키워주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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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로얄 앤필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페즈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물었다.


“ 어디가요? 시간 있으면 발리우드 영화 보실래요?”

“ 어? 좋아! 인도 영화관에서 발리우드 영화 한번 보고 싶었어.”


그리곤 냉큼 페즈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중 3때 외사촌 애 오토바이 뒤에 탔다가 죽을 뻔 한 후 오토바이는 내가 극복해야할 무엇이었지만 냉큼 올라탔다. 이제 오토바이에 대한 상처가 경험으로 전복되는 마술의 시간이었다.


페즈 오토바이를 타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페즈를 부르며 손을 흔든다. 그 제스츄어 속엔 네 뒤에 탄 여자가 누구니? 라는 암묵적 언어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며


“ 나 페즈 애인이야” 라고 한국말로 내가 대신 대답하며 깔깔거린다.


한국에선 대학생 때 조차도 못해봤던 데이트다. 심지어 오토바이를 둘이서 타고 영화를 보러가다니..... 선을 넘어선 내가 너무 기특하다. 마침 다운타운 쪽에서 영숙샘을 우연히 만나 셋이서 함께 영화관으로 달린다.


드디어 최신 메가박스 영화관 도착. 정해진 시간 없이 아무 때나 들락거리는 것이 인도영화관의 특징이다. 거기에 오마이 갓~~~~~ 카레를 영화관 내 좌석까지 배달해준다. 카레 냄새 진동하는 영화관은 처음! 이런 이질적이고 색다른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다.


인도영화.JPG 다음 인도영화 이미지 캡쳐

발리우드는 봄베이(Bombay, 1995년부터 뭄바이로 명칭 변경)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 산업을 통칭한다.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은 ‘맛살라 영화’라고 하는 흥겨운 뮤지컬 영화가 주를 이룬다. 맛살라는 인도의 혼성 향신료를 뜻하는 말인데 인도 음식에 향신료가 빠질 수 없듯이 맛살라 영화는 인도인들의 삶과 유리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특히 뮤지컬적인 화려한 군무가 보고 듣는 즐거움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깔깔대며 영화를 보고 나와 페즈가 초대한 고급 식당에 들어갔다. 맥도날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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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는 요즘(2017년) 영화보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먹는 것이 최신 트렌드다. 그런데 또 포복절도할 일이 벌어졌다.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봉지를 입에 털어넣고 아예 커다란 케첩 통을 들어서 입에 짜서 쏟아 붓는 것이 아닌가? 완전 웃겼다. 인도사람들은 케찹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먹는단다.



페즈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페즈 친구들을 엄청 많이 만났다.


만나는 족족 오토바이를 세우고 이야기하고 다시 출발하고... 마샬라 짜이 집에서 만난 국회의원 후보라는 친구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허세?와 비슷한 행동을 해서 너무 재미있었다.


200원짜리 짜이 한잔을 사겠다며 2만원 지폐를 내서 짜이집 주인을 쩔쩔매게 만드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그리고 모두 비슷한 20대들인 것 같은데, 카스트 서열이 분명했다. 그중 탁월하게 잘생긴 친구가 있어서 내가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페즈가 화를 내며 그 친구에게 눈짓으로 “꺼져”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그는 바로 눈을 내리깔고 짜이집 뒤편으로 사라졌다. 페즈가 천민계급이니 나보고 말붙이지 말란다. 와~~~ 말로만 듣던 카스트제도의 실제를 여실히 체감한 순간이었다.



어쨌든 한국이나 외국이나 여행은 로컬 원주민들을 만나서 함께 다녀야지 즐거움이 백배가 된다. 그들은 늘 우리가 상상도 못한 숨겨진 그 지역만의 특별함의 경지를 펼쳐준다. 어찌 즐겁지 아니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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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네 호텔 동네 꼬마아이들의 미모 순위 또한 페즈와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았기에 알아낸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그 아이들 중 하나가 언젠가 페즈의 아내가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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