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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준현 Jul 31. 2020

여자 혼자 강릉, 넷째 날

마지막은 여운을 남기고

여행에서의 마지막 날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실컷 여행지를 즐겼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면 애틋한 마음마저 든다.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여행은 끝이 있어 더 의미가 있다고, 아쉬움 한 조각을 남겨두어야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며 강릉에서의 넷째 날 아침을 맞았다. 


마지막 날 일정은 아래와 같다.

10:00-12:00 커피내리는 정류장

12:00-13:00 포남사골옹심이

13:00-15:00 고래책방

15:30-16:30 교동899


#커피내리는 정류장

부드러운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바리스타 챔피언 사장님이 운영한다는 커피내리는 정류장에 갔다. 매장이 넓지는 않고 열댓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아침 일찍 가니 전세를 낸 기분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색감의 카페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렸다. 


준현 별점: ★★★

일반 우유가 아닌 '특이한 우유'를 사용한 라테가 '미쳤다'는 평이 있길래 덥석 카페라테를 시켰다. 정말 특이한 맛이었다. 연유 라테같이 진한 우유 맛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너무 묵직하지 않아 목 넘김이 좋았다. 씁쓸함이 아닌 진저나 초콜릿 향도 같이 느껴지는데, 맛을 오래 느끼고 싶어 최대한 천천히 마셨다.


#포남사골옹심이

카페라테로 위장을 코팅하여 음식을 맞이할 채비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강원도에 와서 감자 옹심이를 안 먹고 가면 섭섭하기에 포남사골옹심이라는 지역 맛집에 갔다. 조금 기다리니 자리가 났고, 테이블 한편에 앉아 대표 메뉴인 사골옹심이국수를 시켰다. 


준현 별점: ★★★

8,000원의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사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망설였지만, 걸쭉하고 뜨끈하고 깨와 김으로 간이 배긴 국물은 예술이었다. 너무 슴슴하다 싶으면 김치와 같이 먹거나 다진 양념을 넣어서 먹으면 된다. 면발은 적당한 두께고 수타면인지 씹고 끊는 맛이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옹심이. 옹심이가 넉넉히 들어있는데 쫄깃한 식감이 기분을 좋게 한다. 순옹심이를 시켰다면 양이 많아 물릴 법도 하지만, 옹심이 국수는 면과 옹심이를 번갈아 먹다 보면 질리지 않는다. 다른 리뷰를 보니 포장을 해가도 퍼지지 않고 계속 쫄깃하다는 평이 있더라. 배불러서 감자떡은 안 시켰는데 포장할 걸 살짝 후회가 된다. 


#고래책방

배를 든든히 한 후 전날 들렀던 고래책방에 갔다. 고래책방은 몇 년 전 강릉 시내 근처에 생긴 독립서점인데, 층마다 뚜렷한 콘셉트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전날 지하 1층을 보았으니 천천히 다른 층을 감상했다. 각각의 층마다 콘셉트는 아래와 같다. 

지하 1층: 강릉. 강릉과 강원도를 테마로 한 책이 진열되어있다. 

1층: 문학여행. 베이커리를 팔고, 중간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층: 삶. 인문학 등의 책이 진열되어 있고, 어린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3층: 만남. 브런치카페, 세미나실 등이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땐 한편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다.

4층: 쉼. 하늘정원이 있다는데  막혀있어서 올라가 보지 못했다. 

2층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책 두어 권을 읽었다. 

먼저 학창 시절에 읽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훑어보았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책을 십수 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와 닿는 내용이 많았다. 책은 성취한 '치즈'에 도취하지 않고 변화에 대비하고,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책이 출간된 1998년은 닷컴 버블, IMF 등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힘든 나날을 보냈다. 2020년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양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난 해라 그런지, 이야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 후 <부의 추월차선>을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부를 축적하는 길은 인도, 서행 차선, 추월차선이 있는데, 대부분의 직장인은 서행 차선을 달리고 있다.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해서 50세쯤에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경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서행 차선 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팩트 폭력을 여러 번 당했다. 그리고 추월차선으로 가기 위한 사업 시스템을 살펴보았다.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진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사업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준현 별점: ★★★

책을 좋아하고 독립서점, 힙한 공간을 즐겨 찾는 사람이라면 들러서 이곳저곳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책을 진열한 방식이 신선했다. 빵을 먹으며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시간을 때우기에도 좋다. 


#교동899

1일 1 커피만 하고 강릉을 떠나기 싫었다. 하여 기차 시간을 한 시간 남짓 남기고 교동899라는 카페에 들렀다. 예쁘게 가꾼 뜰을 감싸고 있는 한옥이 아늑한 기운을 뽐내는 곳이다. 대표 메뉴인 인절미 아인슈페너만 시키려다가 조금 위장이 허전해서 무화과 파운드를 같이 주문했다. 강릉을 떠나기 전, 화창한 날씨에 빛나는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렸다. 


준현 별점: ★★★

인생 커피까진 아니지만 고소하고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고, 날씨 좋은 날에는 바깥 전경을 보며 힐링하기 좋은 곳이다. 


3박 4일 동안 강릉에서 뚜벅이로 홀로 여행하며 맛 좋은 음식을 듬뿍 먹고 1일 2 커피를 하며 향기로운 커피를 충분히 맛봤다. 책을 서너 권 읽었고, 하루 만 보씩 걸으며 사색하는 시간을 족히 가졌다. 만족도 200%의 여행이었다. 


아직 못 둘러본 곳이 많기에, 강릉과는 다음에 또 보자고 작별인사를 하며 KTX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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