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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Feb 19. 2024

협상기술적 관점에서 바라본 의사파업:부신입화(負薪入火)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216507486


근래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가 발표에 대항하여 전국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과대학생들도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강경대응을 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의사파업의 옳고 그름에 대하여는 의사측 입장과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에 양측 주장의 옳고그름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판단하는 것이 나의 역할은 아니라 생각하기에 이에 대한 담론은 삼가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된 의사파업의 정치적 파급효과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기술적 예측이 가능하다 할 것인바, 과연 의사파업이 의사측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특정 집단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해당 이해관계자들이 어떠한 반발을 할 것이고, 이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정책발표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둔다. 금번 의대정원 증원에 관한 정책발표시에도 의사측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는 과거사를 비추어 볼 때 충분히 예상가능하였을 것이고(전공의 파업이 이루어질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의사파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지체 없이 강경대응을 발표하고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는바 정부가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음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의사공백의 대안으로서 비대면진료 확대 등의 구체적 방안까지 언급하고 있는바, 이미 의료공백이 현실화된 현재로서는 아마도 머지 않은 시간에 이에 관한 세부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는 의사파업을 이미 예상한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하였고 의사측은 그에 정확히 부합하는 대응을 하고 있으니, 의사측은 이미 잘 만들어놓은 덫에 스스로 몸을 던진 것과 다름이 없는 형국이다.


특히 의사측의 대응방법(의료현장 이탈)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서, 이보다 더 강한 조치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 후의 협상카드로 제시할 것이 없. 협상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놓은 플레이어는 그 카드의 효력이 다하는 순간 맨몸 상태가 되는 것과 다름이 없는바, 만일 정부가 의사파업으로 인한 의료현장붕괴에 따라 의사집단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대증원 외에도 그동안 의사측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던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포괄수가제 확대, 공공의료 확대 등의 아젠다를 추가로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경우, 의사측으로서는 더 이상의 협상카드가 없는 이상 협상기술적 측면에서 이 중 몇 개라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파업이라는 선택은 지푸라기를 등에 엎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선택에 다름아니라 할 것인바, 의사측이 협상의 초기부터 가장 극단적인 대응방안을 선택한 것이 협상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옳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의사측 입장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인력증원 발표가 부당할 뿐 아니라 오히려 국가 보건발전 방향에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에 이와 같이 강경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무릇 정치적 흐름에 대한 협상은 정무적 관점에서 받아쳐야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인바 오로지 진정성과 신념만으로 '정공'하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정무적 혜안을 구상하여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한편 의사파업이 실시될 경우 의료공백으로 인하여 파업이 없었다면 지킬 수 있었던 환자의 생명을 잃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은 의료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것인바, 환자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환자본인과 가족 뿐 아니라 의사도 마찬가지라 할 터이기에 부디 금번 의사파업이 너무 많은 생명을 잃지 않도록 조기에 서로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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