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직업, SNS 마케팅 대행사
조직에는 속해있지 않지만, 조직의 일을 도와주는 서비스 용역, 프리랜서 일을 시작했다. 바로 SNS 마케팅 대행사! 이 일은 조직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카카오톡 등의 SNS 채널을 관리하는 일을 비롯하여, 조직에서 운영하는 여러 사업을 홍보하는 일도 포함한다. 디자인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마케터'가 뭐 하는 직업인지도 몰랐던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시작은 돈이었다. 7개월 남짓한 기간에 200만 원의 사례비를 준다는 말에 나는 눈이 훽돌아갔다. 매주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주간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는 등 제반되는 행정 일들도 많았지만, '상주하지 않아도 됨'이라는 조건이 나를 붙잡았다. 안 그래도 카페와 서점의 수익으로는 월세도 낼 수 없는 지경이라, 뒤도 안 돌아보고 계약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직장 상사가 있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오롯이 나를 위한 일들만 하자고 다짐했건만, 나를 기어코 흔들고야 마는 건 역시 돈이다.
그리고 어느 조직에 있건, 어느 입장에 있건 '인간관계'는 늘 우리의 삶에 따라오는 숙제다.
이번에 속해있는 곳에서는 비정기적 회의도 제법 있어서, 회의 참여 인원이 명확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회의 자료를 준비하는 사람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뉘는 듯하다.
첫째, 전체 인원수만큼 회의 자료를 프린트하고, 남은 것은 '내가 들고 있지, 뭐'라고 흔쾌히 말하는 사람.
둘째, 정확한 참석 인원을 파악하고, 한 명이 더 왔을 경우 내 자료를 건네주면 딱인 준비성 철저한 사람.
셋째, 대략 평균치를 가정하고, 참석 인원이 추가되면 즉석에서 프린트를 하는 사람.
나는 명확하게 세 번째 부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적확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두 번째 부류 사람에게 세 번째 부류의 인간은 노답이다. '저렇게 준비성이 없어서야!' 프린트물만 두고 봐도 우리는 이렇게나 다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하나의 조직으로 모였으니 얼마나 크고 작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많겠는가.
인생의 대선배인 엄마와 아빠는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나 관찰한 적이 있다. 엄마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면, 자기주장을 더 확고히 하는 편이었다. 반면 아빠는 늘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서' 그것이 명확하게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경우에도 똑같았다. 나는 엄마의 완고함이 싫었고, 아빠의 무조건적 숙이기도 싫었다. 그러나 중간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나의 성향이 때때로 나를 완고하게 만들었다. 주어진 상황이 나를 늘 수그리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는 10대에게도, 20대에게도, 30대에게도, 60대에게도 어려운 법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 '준비성이 없다'라고 여길 때, 나도 항변할 것들이 참 많았다. 중요도가 높은 회의에서는 이렇지 않다든지, 평균 인원을 산정하여 준비했을 때 문제가 없었다던지, 프린트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던가,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좋지 않으냐 등등. 나의 항변거리를 생각하다 보니 깨닫게 된다. 상대방 또한 항변거리가 있다는 것을. 그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렇게 30대가 된 나는 나름의 답을 얻었다. 어렵기만 한 인간관계의 해답은, 어쩌면 '맥락'에 있지 않을까. 타인이 어떠한 행동과 말을 했을 때, 그 뒤에 내가 모르는 '맥락'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다. 한 사람은 각개가 가진 주관적 경험의 총합이다. 각자가 경험을 통해 나름의 결론을 만들어낸다. 그게 그들의 연륜이자 삶의 직관이다. 나는 세상에 그 무수한 경험들을 다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나름의 경험을 통해 내린 그들의 결론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되뇐다. '저 사람만의 맥락이 있겠거니' '그래, 그래, 그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