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묘미, 내 마음은 갈대
한 권의 책을 여러 회차에 걸쳐 나눠 읽는 다른 하나의 묘미는 바로 '나'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다. 책을 한 번에 후루룩 읽다 보면 내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언뜻 생각이 떠올라도,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은 쉽게 달아나 버린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어서 책을 나눠 읽으면 뜻밖에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상스러운 욕을 해가며 싫어했던 인물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선 태세전환을 하고 있는 나를 깨닫고 헛웃음을 짓기도 하고, 작가의 메시지를 왜곡해서 이해했던 내가 부끄러워 숨고 싶기도 한다. 문득 떠오른 질문들에 대해 나만의 답을 고심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가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구나'라고 놀라기도 한다. 이 모든 순간이, 흔들림이 독서의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느리게 읽고서야 깨닫는다.
<달과 6펜스>를 끝까지 읽고 나면 스트릭랜드에 대한 평가도 속절없이 흔들린다. 모든 것을, 심지어 자녀마저도 버린 스트릭랜드에 대한 비난과 동시에 그를 이해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독자는 당황한다. 아플 때 옆에서 돌봐준 스트로브를 무시하고, 스트로브의 아내마저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과 일말의 거리낌이 없는 스트릭랜드를 비난하다가도 왜 자꾸만, 끝끝내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지 되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지막장은 그런 혼돈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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