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아기를 따라다니며 위험을 감지하면 알림을 보내는거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군대에서 쓰레기장에 주워온 자전거 뼈대와 여기저기서 파밍한 템을 갖고 씨름을 한 끝에 펑크난 자전거를 만들었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쉽게도 그 이후 내게 '만드는 일'은 늘 기획의 영역에서만 이뤄졌다. PM 으로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와 팀을 이루어 일하면서 제품을 만드는게 즐겁긴 했지만, 한편으론 손으로 직접 결과물을 만드는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별다른 재주는 없지만, 늘 쓸모 없는 아이디어를 한 줌씩 쥐고 다니는 사람으로써 한 번쯤 "그걸 직접 만들어볼 순 없을까"라는 생각은 빚쟁이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작년 3월에 가족 구성원이 하나 늘었다. 도토리라는 태명을 붙였더니 태명처럼 작고 동그란 아이로 자라고 있다. 며칠전에 처음 걷기 시작하더니 이제 제법 속도가 나는게 곧 뛰어다닐 것같다. 도토리의 먹성이 좋은 것은 복이지만, 바닥에 떨어진 것도 다 먹어보는 것은 걱정거리다. 아무것도 없이 청소해놓은 바닥에서도 보란듯 무언가를 찾아내 내 청소 상태를 지적하듯 입에 가져가곤 한다. 이런 일이 내 시야를 벗어난 곳에서 벌어지면 귀여운 말썽이기도 하지만,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다.
아기를 사랑하지만 대단히 부지런하지는 않은 아빠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추적 이동형 로봇을 만드는 생각에 이르렀다. 마침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인지라 교육 기관에서 진행하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팀이 운좋게 1등을 했다)도 있었다.
마침 육아휴직이라는 드문 기회를 맞아, 그동안 막연하게 흥미만 가지고 있던 로봇 만들기에 한번 제대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계획의 10분의 1도 오지 않은 상태라, 내 수준에서 구현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는 일임을 양해해주시면 좋겠다. 앞으로 매주 1개 씩 문제를 풀기위한 고민과 작업 현황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이건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보고가 아니라,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딥러닝과 ROS2, 자율주행, 비전카메라 같은 기술이 실제로 집 안에서 아기를 따라다니는 로봇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모든 과정과 고민을 기록하려 한다.
게으른 아빠와 동그란 아기, 그리고 집 안을 조용히 따라다니는 도토리봇.
이런 예쁜(?) 조합을 만들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