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미디어인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연방법원은 반이민 행정명령을 잠정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려 앞으로도 계속될 혼란을 예고했다. 파격적인 언사로 선거를 쥐락펴락하던 트럼프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호기로움을 시험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지난해 미국 대선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되새겨 보게한다.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이 역사적인 대선결과를 예측하는데 실패했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힐러리가 거머쥘 승리를 예찬했고, 개표과정을 보여줄 페이지를 예쁘게 꾸미고 힐러리 옆에 달릴 ‘당선 확정’ 스티커를 기대했다. 전통적인 미디어들이 놓치고 있던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다. SNS를 통해 봄바람에 산불 번지듯 퍼져나간 페이크 뉴스들은 선거 막바지에서는 실제 기사보다 더 높은 사용자 관심을 이끌어냈다(Timothy B. Lee, 2016).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된 페이크 뉴스가 대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잇따르자 (Mathew Ingram, 2016),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보는 컨텐츠의 99%가 진실”이라는 글을 자신의 담벼락에 남겼다. 논란을 잠재우려 쓴 이 글은 오히려 많은 이들의 반발을 샀다. 이 소동은 SNS가 생겨난 이래로 계속되어온 논란을 불거지게 했다.
<뉴스룸>은 뉴스를 제작하는 방송국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뉴스룸>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언론의 보도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유명인의 사망소식을 앞다투어 다루던 다른 방송국들과 달리, ‘뉴스룸’팀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확인하고 그 유명인이 사망하지 않았다는 정확한 사실을 한 발 늦게 보도한다. 이 에피소드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가 났던 세월호 사건과 맞물려서 화제가 되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보도는 언론보도의 기본원칙이다. 기본 중의 기본은 크로스 체크다. 여러 다른 정보원를 통해 사실을 확인받는 것이다. 취재기자와 더불어 펙트체크(Fact Check) 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바이라인(By-line)에 이름을 달고 나가는 기사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면 기자 스스로에게도 치명적일 뿐 아니라, 언론사의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입힌다.
전통적인 미디어는 페이스북이 ∆유저의 주의를 광고업체들에게 팔고 있는 점 ∆자체 컨텐츠를 제작하려고 하는 점 ∆뉴스피드를 통해 유저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제어한다는 점에서 미디어라고 주장해왔다(Emily Bell, 2016).
미디어의 정의는 차치하고, 우리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뉴스가 공유되는 창구역할을 했고, 이 역할을 수행하는데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시민들이 소통하는 공론장이 되었지만, 구조상의 한계로 왜곡된 공론장이 될 뿐이었다. 주커버그가 인정했듯, 뉴스피드에 보여지는 컨텐츠는 유저가 어떤 페이지를 팔로우하는지, 친구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다. 결국, 내가 쓰고 있는 VR 화면에 보이는 것은 내가 보기를 원하는 것들이다.
개인의 선호가 적극 반영된 이 관계에는 미디어가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기능, 펙트체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페이크 뉴스가 트럼프를 좋아하는 집단(백인, 남성, 중년)에게 퍼질 수 있었던 원인에는 그들의 친구들과 그들이 팔로우하는 그룹에 대한 선호가 이미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친구가 올려주는 포스트(페이크뉴스)는 -내 친구가 믿을만한 만큼- 믿을만한 것들이고, 다른 친구들에도 알 필요가 있는 중요한 소식들이었다.
내가 보고 싶어하던 것 들만 보게되는 것이 SNS가 갖는 태생적인 한계라면, 구조상의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스크롤에 기반해있다. 상단에 있는 정보는 사용시간에 관계없이 제일 먼저 노출되는 반면, 스크롤 아래로 갈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서 먼저 보여질 컨텐츠를 정한다. 머리에 씌여진 VR 에 보여지는 것은 결국 먼 타지의 개발자가 써놓은 코드에 의해 좌우된다.
두 문제는 페이스북이 미디어가 가져야할 기본 가치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플랫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돈과 영향력을 성공의 기준으로 볼 때, 페이스북은 성공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주커버그는 오랫동안 페이스북은 미디어가 아니라 테크기업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최근 섀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와의 대담에서 페이스북은 ‘전통적인 미디어’가 아닐뿐이라며 한 발 물러서서 미디어의 속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Josh Constine, 2016)
실리콘밸리의 거물, Marc Andreessen은 2011년, ‘소프ㅁ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이유’(“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라는 제목의 글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했다. 그의 예언대로 소프트웨어는 세상을 집어삼키는 중이고, 모든 기업이 테크 기업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버는 단순한 콜택시 업체가 아니고,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체가 아니다.
나는 페이스북 CEO의 말을 거스르면서 페이스북이 미디어가 아니라고 주장할 용기는 없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미디어로 규정짓는 시도는 구 시대의 굴레를 채우는 일임이 분명하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을 연결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VR 업체를 소유하고 있고 동영상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공유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페이스북이 ‘미디어기업인가, 아닌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주커버그의 ‘인정’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페이스북은 앞으로도 계속 SNS이자 광고업체, 동영상 컨텐츠 업체, 미디어임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기업인 채 남아있을 것이다.
Reference
메인 이미지 - Photo by Roman Kraft on Unsplash
Timothy B. Lee. (2016) "The top 20 fake news stories outperformed real news at the end of the 2016 campaign". Retrieved from http://www.vox.com/new-money/2016/11/16/13659840/facebook-fake-news-chart
Mathew Ingram. (2016) "Facebook Still Has a Fake News Problem". Retrieved from http://fortune.com/2016/10/12/facebook-fake-news
MARC ANDREESSEN. (2011).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Retrieved from https://www.wsj.com/articles/SB10001424053111903480904576512250915629460
Emily Bell. (2016). "Who owns the news consumer: Social media platforms or publishers?" Retrieved from http://www.cjr.org/tow_center/platforms_and_publishers_new_research_from_the_tow_center.php
Catherine Buni. (2016). "Facebook won’t call itself a media company. Is it time to reimagine journalism for the digital age" Retrieved from http://www.theverge.com/2016/11/16/13655102/facebook-journalism-ethics-media-company-algorithm-tax
BEN THOMPSON. (2016). "Facebook versus the Media". Retrieved from https://stratechery.com/2016/facebook-versus-the-media/
Josh Constine. (2016). "Zuckerberg implies Facebook is a media company, just 'not a traditional media company'". Retrieved from https://techcrunch.com/2016/12/21/fbo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