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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K May 17. 2018

에스토니아의 IT 이야기

E-residency 발급기


에스토니아는 북유럽의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중 하나다.  남한의 절반 면적에 인구도 10분의 1이 안된다. 게다가 전 국토의 1/3 이 울창한 삼림으로 덮여있어 ‘유럽의 아마존’이라고도 불린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제국에서 독립(1918)했다가 소련에 점령(1940) 되고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독립한 여러 나라 중 하나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아름다운 자연을 갖췄지만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않은 나라일 것 같지만, 사실은 유럽에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런 경제적 성장에는 자원도 한 몫을 했지만, 더 눈에 띄는 분야는 IT 산업이다.


스카이프의 나라

에스토니아의 IT 산업은 1990 년대 중반 에스토니아 정부에서 주도한 트리그리후페(Tiigrihupe, 에스토니아어로 ‘호랑이의 도약’) 프로젝트를 통해 크게 발전했다.  트리그리후페 프로젝트는 전국민의 IT 교육 수준을 높이는 계획이었다. 모든 학교에 컴퓨터를 비치하고, 어린 학생뿐 아니라 노인들까지 소프트교육을 했고, 그 결과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IT 산업을 이룩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의 구애없이 대화를 할 수 나눌수 있게 해주는 스카이프가 바로 에스토니아에서 만들어졌다. 2012 년 부터는 프로지티거(ProgeTiiger, 프로그램 하는 호랑이)  프로젝트를 통해 코딩 교육을 보편화 하고 있다. 


E - Residency

IT 는 교육에서만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E-residency 는 이 나라가 얼마나 디지털화 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이미 디지털 ID 를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세금을 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ID 와는 달리  E-residency 는 국적과 관계없이 부여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민권이다. 이 디지털 시민권은 실제 시민권과는 달리 투표권과 같은 기본권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에스토니아에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에스토니아는 유로존의 한 국가이므로,  E-residency 를 갖고 있다면, 유로존내에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에스토니아의 법을 따르기 때문에 국내법으로는 불가능한 (이를테면 ICO 와 같은)  사업분야의 회사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산업분야에 따라 절세 등의 기회가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이나, 기업가들에게 E-residency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다. 



시민권 쇼핑

에스토니아의 E-residency 프로그램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E-residency 를 갖고 있는 사람은 프로그램을 시작한 2014년부터 꾸준히 성장하여 35,000 명에 달한다. 신청국 중 대한민국에는 875명이 E-residency를 갖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중 14번째로 많은 수다. E-residency 는 돈도 많이 벌어들인다.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E-residency 프로그램을 통해 1400만 유로(한국 돈으로 180 억)를 벌어들였다.


에스토니아의 E-residency 성공을 본 싱가포르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 또한 시민권을 민간부문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링크) 일각에서는 한 사람이 국가에 귀속되어야만 하는 현재의 시민권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투자이민 제도 등을 통해 영주권 등을 판매하는 제도들이 경제 상황이 좋지않은 일부 유럽국가에 존재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나 혜택등을 비교하며 ‘시민권 쇼핑’을 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E-residency 발급

E-residency 신청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지만,  에스토니아 대사관에 여권을 들고가야만 수령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제일 가까운 에스토니아 대사관이 있는 일본에 가야 발급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초 우리나라에도 E-residency를 수령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자세한 내용은 e-Residency 한국 공식 사이트 참조 )

올해 2월, 나도 이 곳에서 E-residency를 발급받았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고, 그저 E-residency 의 발급과정과 이를 이용해 뭘 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E-residency 공식 사이트를 통해 E-residency를 신청했다. 입력할 내용은 많지 않았다. 2달 정도가 걸려서 승인을 받았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E-residency를 수령했다. 담당자 분을 통해 최근에 신청자수가 더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E-residency를 수령할 수 있는 사무실 방문 전 예약이 필수다.


수령하면 이렇게 예쁘게 패키징된 E-residency 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안에 있는 리더기를 연결해서 컴퓨터에 꽂으면 E-residency 소프트웨어를 가동할 수 있다.


이걸로 나도 유로존내에 간편하게 회사를 설립할 자격이 생겼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분명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국가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국적의 의미가 옅어지면 점점 더 이런 대안(alternative) 시민권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References

This Tiny Country Thinks Virtual Citizens Will Make It Rich - MIT Technology Review

Blockchain Could Help Us Reclaim Control of Our Personal Data - Harvard Business Review

Why Estonia Is Letting Entrepreneurs Become “E-Residents" - Ted ideas

Where in the world will you find the most advanced e-government? Estonia. - Harvard Business Review

SW 교육, ‘창조의 가능성’ 키운다 - 머니투데이 뉴스

Countries where you can buy citizenship or residency - Business Insider


Cover Photo by Ruslan Valee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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