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지금까지 당신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면
어떤 제목을 붙여주고 싶나요?
<깐메추리알을 파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제가 책을 낸다면 일상 속에서 깨달았던 작은 통찰을 나누는 책에 가까울 것 같은데요. 잘 팔릴 제목인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얼마 전, 아내가 이준이 반찬을 만들어주겠다며 새벽배송으로 메추리알을 주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날 저희 부부는 깐메추리알도 상품으로 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온전히 껍질이 있는 메추리알을 주문했답니다. 주말 아침 일찍 메추리알이 배송됐고, 아내는 장조림을 하기 위해 메추리알을 삶았습니다. 저와 이준이는 메추리알 까는 일을 도맡았고요.
그런데! 저는 메추리알이 그렇게 까기 어려운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수십 개의 메추리알 중 온전한 형태로 까진 알은 ‘제로!’ 노른자가 튀어나오기 일쑤였죠. 그제야 우리가 지나친 깐메추리알이 떠올랐습니다. 하찮은(?) 메추리알 하나에도 ‘잘 까는 법’이 있는 법이고, 가끔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통찰까지 주더군요. 그 메추리알 하나가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메추리알이 주었던 큰 교훈이(?) 하나 더 있었으니...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어쨌든 대망의 메추리알 장조림!!’ 고생했어도 이준이만 잘 먹어준다면야! 장조림 앞에 앉은 이준. 엄마 아빠가 야심 차게 한 스푼 듬뿍 퍼서 입에 담아주는 순간! 아아아,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먹자마자 바로 뱉어내고야 말더군요. 다시는 입에 넣지도 않고요. 결국, 아내와 저의 저녁 반찬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법’입니다. 저녁을 먹으며 ‘깐메추리알’이 주는 교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장조림을 삼킨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주 하찮은 메추리알의 이야기지만 결코 하찮지 않은(웃음)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그 책! 물론 (부끄러워) 저만 읽어 볼 예정입니다. (웃음)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