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당신은 당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당신이 당신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당신다움에 대해 정의해주세요.
저는 여전히 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불호를 따지지 않는 무던한 성격 탓일 수도 있고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한 결정들이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거나 (혹은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들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묻는 습관을 외면한 탓일 수도 있고요. 그런 습관들이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게 바로 입사 시험 때였습니다. 다른 직업군도 그렇겠지만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증명해내야 했거든요. 그것도 글과 말로 말이죠.
그때 계속해서 저를 마주하게 했던 것이 다름 아닌 <글쓰기>였습니다. 자기소개서부터 시작해서 논술, 작문까지. 글을 쓰기 위해 차분하게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면 명확해지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마치 어렸을 적에 스케치북에 풀칠을 하고 그 위에 모래를 뿌리면 하나의 시각화된 작품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활자화되지 않은 막연하고도 추상적인 생각들이 글로써 시각화되면, 그것을 토대로 다시 새로운 질문들이 더해지고 한 발 나아간 생각들로 이어지더라고요. 그 과정과 순간들을 통해 ‘나다움’을 발견하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나다움’이란 오만방자하지 아니하고(웃음) 어떤 한 가지에 대해 깊이 사유하거나, 어떤 사람에 대해 온 힘을 다해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일 것 같은데요. 글을 쓰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가 ‘나다움’에 가장 가까운 상태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글 쓸 기회가 많지 않고, 인생 생애주기의 특정 시점에 꼭 나에게 필요한 질문을 하지 못해 내 안이 점점 비어간다는 생각도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게 실상 내뱉는 행위이지만, 쓰고 나면 결국 곳간을 채워 넣는 행위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서른여섯 끝자락에 매일 질문을 받고 글을 쓰는 이 ‘액션’이 꽤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