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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용 Feb 10. 2021

Day 31, 숨고르기 연습

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당신은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서른여섯 살의 네가 지금의 너에게>

 이 책을 다시금 펼쳐 들었을 때의 너는 다음 둘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몹시도 마음이 복잡하거나 반대로 아주 편안한 상태이거나. 전자라면 옛날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안에서 영감을 얻으러 이 책을 집어 들었을 테고, 후자라면 아마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겠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뭐 어쨌든 반갑다. (웃음)

 과거의 너는 참 생각이 많았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상대가 상처받지 않았음 싶었고, 나의 진심이 가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인 상태로 상대에게 닿길 원했고. 그러면서도 네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만큼 동일한 크기로 대우받길 원했다. 왜 그렇게 ‘타인’이 네 인생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지금은 그 답을 찾았는지 서른여섯 살의 네가 지금의 너에게 묻는다.

 서른여섯 살의 너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조금은 이기적으로 ‘다른 사람이 원할 것 같은 이야기’를 찾기보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금은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해져서 싫은 소리도 재주껏 하는 능글맞음도 장착하고 있길 바라고. (웃음) 그러려면 네 몸과 머리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들여다보는 여유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네가 존재하는 이유를 날마다 일깨워주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더 기민하게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할 테고.

 지금의 너보다 어린 서른여섯 살의 네가 잔소리를 늘어놓고는 있지만, 너는 충분히 잘해 왔다. 여태까지 그걸 인식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렸지만, 잘해 왔고 또 잘해 왔다.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너와 나에겐 주문처럼 외우던 말이 있었다. 입사 최종 면접을 앞두고 최면 걸듯이 걸었던 그 주문.

 ‘승용아, 너는 너 자신을 조금 더 믿을 필요가 있다’

 여전히 이 주문을 외우자. 그리고 깨어있자. 숨 쉬는 것도 잊지 말고. (웃음)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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