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27 to 미황사 주지스님
달마가
땅끝으로 간 까닭은
2021.10.27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3일 김승용 피디입니다
진작에 편지로 감사인사를 재차 드리고자 했었는데 실무 처리를 하느라
촬영일에 가까워서야 이렇게 주지스님께 편지 올립니다
미황사 촬영을 허락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요한 수면에 갑자기 튀어나온 돌덩이가 파장을 크게 일으키 듯
스님들 수행하시는 데에 괜히 저희가 불필요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마음이 앞서는 가운데 흔쾌히 촬영 허락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이번 저희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미황사 촬영의 부제를
‘달마가 땅끝으로 간 까닭은’ 이라고 붙였습니다
지난번 답사 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불교신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황사를 향하게 된 것은
부처가 다른 곳도 아닌 이 땅끝자락에까지 감실 안에 앉아계신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사가 아주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이 곳을 찾는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리자면 저는 <다큐멘터리 3일>에 합류하기 이전에
공황을 겪으며 약 1년간 일을 멈춰서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도 오르고, 절도 기웃거려보면서
분명 이 산사라는 곳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나 그게 정확하게 어떤 힘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답이 궁금해졌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산사는 여러가지 형태로 다양한 사람들을 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그 자체가 다시 산사가 되는 일련의 ‘힘’들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미황사에 그 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07년 다큐3일이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절과 산과 둘레길과 템플스테이가 방송이 됐지만
그 이야기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부처가, 주지스님이, 그리고 이 곳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곳이 아닌 여기 땅끝마을까지 당도하게 된 이유가 분명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물론 그 이유를 찾아내기엔 지난 1박2일의 답사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달마가 땅끝으로 간 까닭은’ 편, 이번 촬영이
미황사가, 달마산이 어떻게 사람을 품고 있는지,
산사의 끌어당김을 당해(?) 카메라 앞에 나타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인지
그것을 발견해나가는 저희들의 체험이 될 것입니다
저는 주지스님의 보다 많은 목소리를 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기존 ‘방송’이라고 할 때 연상하기 쉬운 인터뷰보다는 ‘대화’에 가깝습니다
주지스님의 행동, 움직임, 말씀, 깨달음을 담겠습니다
그 가운데에 이 미황사가, 이 달마산이, 이 달마고개가 어떻게 사람들을 품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게 저희는 고민하겠습니다
더하고 빼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저희가 열심히 주지스님을 쫓아다니며
묻고 담겠습니다. 큰 깨달음을 많이 주시기를 염치불구하고 말씀드려봅니다
제가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화려해서 입이 쩍하고 벌어지는 단풍이 휘황찬란한 풍경보다
어딘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달마산의 절경이 더 어울리는 에피소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미황사를 지도에서 찍고 내려온
우연의 산물이 그 답을 찾아주길 기대해봅니다
다시한번 그 답을 찾을 기회를 열어주신 데에
감사 인사 드립니다
조심스럽게 묻고 듣고 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10월 27일
다큐멘터리 3일
김승용 피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