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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Mar 17. 2017

진짜 도시 브랜딩을 잘하면 이렇게 한다.

포르투와 '아이 서울 유' 와는 뭐가 다를까?


포르투는 우리나라의 부산에 비유할 수 있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입니다. 날씨도 좋은 데다가, 바다를 근처에 두고 큰 강을 끼고 있어 유럽 사람들에게 인기 있어요. 한국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점점 유럽 여행이 흔해지며 '여행 쫌 한다'는 한국인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나는 중입니다. 최근 들어선 도시 브랜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잘했다고 소문난 플렉서블 디자인

과연 어떻게 했길래 잘했다고 소문이 났을까요? 포르투는 특이하게 슬로건이 없어요. 도시 이름에 마침표를 찍은 게 다죠. 포르투 브랜딩의 가장 큰 특징은 푸른 타일을 이용한 플렉서블 디자인입니다. 플렉서블 디자인이란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다양한 상황에서 변화할 수 있는 개방적인 디자인을 말하는데, 수많은 미디어가 공존하는 이 시대에 가장 핫한 디자인 방식이라네요.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면서도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보여주기 쉽지 않을 텐데, 포르토는 이걸 전통 타일 장식으로 해냅니다.

포르투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타일 장식

이 타일 장식은 아즐레쥬라고 부르는데, 지금도 포르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전통 건축 양식입니다. 2014년, 포르투 시로부터 브랜딩 의뢰를 받은 화이트 스튜디오 White studio는 고민에 빠집니다. 무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도시를 어떻게 함축적으로 나타낼 것인가? 포르토는 사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해상무역도시이자 포트와인의 원산지, 에그타르트도 유명하고... 아예 한쪽 동네가 통째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을 정도예요. 뭘 하나 꼽아서 내세우기 어렵죠.

고민 끝에 이들은 시민들에게 직접 묻기로 합니다. 'What is your Porto?'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렇게 해서 나온 다양한 답들을 각기 다른 22개의 상징으로 만들어 타일에 담아냅니다. 그렇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타일 하나마다 포르토를 흐르는 도루 강, 루이 1세 다리, 트램 등이 담기게 됩니다.

그렇게 시민 참여로 만들어진 22개의 타일들은 어떤 맥락, 어떤 조합으로 쓰이냐에 따라 수천 가지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포르투의 슬로건 옆에 붙어 심플한 로고를 완성하거나,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붙으며 거대한 벽면을 꽉 채울 수 있죠. 흥미로운 건 모든 조합들이 자유로우면서도 포르토를 연상시키는 통일감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잘 된 도시 브랜딩이 주는 자부심
포르투의 성공적인 리브랜딩

이 디자인은 발표되자마자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습니다. 사실 그 전 건 좀 그랬거든요. 다들 마음에 쏙 들었던 지 22개였던 타일 종류는 시민들의 계속되는 아이디어 참여로 70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도시 브랜딩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포르토 길거리에는 지나가는 차에도 포르토 로고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포르투에는 브랜딩 잘하는 도시라는 멋진 타이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갔을 때도 이 도시를 관통하는 어떤 통일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생긴 지 3년밖에 안된 브랜딩이니 앞으로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더 어마어마하겠죠.

 

실제 포르투에서 직접 찍은 사진
사실  'I.SEOUL.U'와 비슷하다?
서울시도 플렉서블 디자인 출처 : 월간디자인

예전 같으면 도시 브랜딩이 뭐 어쨌다고? 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서울 전체가 도시 브랜딩 때문에 시끄러웠던 걸 생각하면 괜히 더 관심이 가는 사례입니다. 사실 재밌는 건 '아이서울유' 도 플렉서블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르죠.


포르투는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전문적 디자인 기술로 브랜딩을 구현해냈습니다. 애초에 브랜딩 구축의 토대가 시민들의 ownership 표현해내는 데 있다고 말하기도 했구요. 그렇게 포르토 시민을 중심을 두고 모두가 공감하기 쉬운 브랜딩이 탄생했습니다. 한편 아이서울유를 보면 항상 서울 시민이 소외된 브랜딩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이서울유가 가장 많이 듣는 비판도 '서울 시민이 공감하기 어렵다', 인데, 저부터가 서울 토박이면서도 I도, U도 아닌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I는 서울시, U는 관광객으로만 느껴지죠.

 문득 서울 브랜드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는데,  'Hi Seoul, soul of Asia'가 변경된 이유에 'soul이란 단어에 대한 중화권 거부감' 때문이라고 명시되어있네요. 도대체 누굴 위한 브랜딩일까욯


도시 브랜딩이란 도시가 갖고 있는 철학과 문화에 대한 함축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포르투의 브랜딩을 보면 포르투의 문화와 시민들이 갖는 포르투에 대한 의식까지 모두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서울유를 보면 과연 우리 서울 시민들이 갖고 있는 문화와 철학은 대체 어디 있는 건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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