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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Oct 13. 2023

집에 가는 길에 핸드폰을 하지 않기로 했다.

6.5인치 프레임을 뺀 나머지들



‘SNS 좀 줄여야겠어’


뇌가 닳도록 하던 생각이지만 입 밖으로 꺼내니 각오가 달랐다. 친구나 나나 스스로 SNS를 많이 하는 모습에 질려있었다. 와인을 두어 잔 마시며 SNS의 득실을 논했다. 토요일 새벽 을지로에서 서울 동쪽 끝 집으로 가는 택시 안. 중간 녹사평역에서 친구가 먼저 내렸다. ‘ 나 오늘 집 가면서 폰 안 한다’  즉흥적인 인사말로 뱉고 약간 후회했다.

아-나 20분이나 안 할 수 있을까?


토요일 새벽 한 시 녹사평역 근처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다. 이태원 일대가 지구촌 축제라고 했다. 핸드폰을 안 만지고 있으니 주위가 눈에 더 잘 들어왔다. ‘도대체 클럽은 왜 가는지 몰라...’ 클럽을 가겠다고 방금 내린 친구 뒤에 택시아저씨가 한마디 했다. 대신 변명이라도 해야 할 듯싶어 ‘스트레스 풀리니까요’라고 웅얼댔다. ‘모르는 사람이랑 그 좁은 데었으면 스트레스가 더 쌓일 것 같은데?’  대꾸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50대 아저씨를 이해시킬 엄두가 안나 말을 멈췄다.


‘외국인들이 손님으로 태우긴 더 쉬워, 군소리도 안 하고...’ 차가 막혔다. 택시를 못 잡아 초조해진 외국인들 얼굴이 잘 보였다. 손님치레에 질린 듯한 아저씨는 혼잣말을 이어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군소리가 그냥... 세계에서 이만큼 택시비가 싼 도시도 없는데, 다들 익숙해져서 말이야...’ 한국인의 행복은 값싼 노동력 위에 만들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값싼 배달 서비스, 택시 서비스... 평소 같으면 아저씨의 푸념에 금방 짜증 났을 텐데. 핸드폰 하는데 방해되니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듣는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크게 불쾌하지 않았다. 아저씨가 외로우신가 보다.


한강도로를 타고 택시가 달렸다. 한강이 보이는 쪽 창문으로 바짝 붙었다. 한남대교 북단을 지나는데 남자 둘이 걸어간다. 이태원에서 꽤 먼 곳인데도 입은 옷 스타일이 이태원 냄새가 진했다. 어디 가로등은 흰색이고 어디는 노란색이다. 라디오에서 90년대 팝송이 흘러나오자 기사 아저씨가 따라 불렀다. 맘에 드셨는지 볼륨을 높인다. 한강 쪽엔 사람 가슴께까지 오는 풀이 꽤 많다. 이태원 일대를 벗어난 새벽 도로는 뻥 뚫렸다. 핸드폰 대신 본 한강 표면은 야경이 어려있었다.


습관적으로 심심한 손이 핸드폰을 찾아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멈추고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택시 오른쪽 뒷문에는 작은 거울이 달려있다. 뒤에서 덮치는 오토바이를 보여주는 용도다. 택시 아저씨들은 투박하지만 거울을 달기로 한 누군가의 마음씨는 꽤 섬세하다.


내비게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강변 북로를 타자 택시 아저씨가 엑셀을 세게 밟았다. 나도 아저씨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된 불법이었다. 다만 깜박이는 안전벨트 경고등이 눈에 거슬렸다. 아저씨가 안전벨트를 안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사고나 죽으면 모르는 사람이랑 나란히 죽게 생겼다. 나도 안 했잖아, 남 걱정할 때가 아니네. 생각해 보니 1평 남짓한 공간에 처음 본 사람이랑 앉아있다. 10분 넘게 수십 킬로를 달렸는데 서로 얼굴도 모른다.


‘광장사거리, 워커힐 방면입니다’ 내비게이션 소리다. 집에 다 왔다. 아저씨는 라디오 노래가 바뀔 때마다 ‘이 노래는... ’ 하면서 운을 띄웠다. 아저씨가 그리워할 시대의 노래들이 계속 나왔다.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답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요금 계산하고 계속 마음 쓰이던 말을 건넸다. ‘아저씨 안전벨트 메고 하세요’  


‘밤에는 강도 때문에 안 돼요. 경찰들도 새벽엔 우릴 봐줘’


걱정으로 던진 말에 허겁지겁 변명하는 말투라 죄송했다. 순간 안전띠 멘 택시기사가 칼로 위협받는 장면이 그려졌다. 안전벨트를 풀 찰나의 시간에 제압을 당하는 누군가. 아저씨는 목숨을 담보로 모르는 얼굴들을 태우러 가는구나. 택시기사는 교통사고보다 강도가 더 위험하구나. 괜찮으세요? 헉 그러시구나, 같은 적절한 리액션이 떠오르지 않아 아, 네... 잘린 도마뱀 꼬리 같은 말로 차문을 닫았다.






코로나 하고도 그로부터 2년전 쯤 어느 날 쓴 일기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택시비 싸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브런치에 글은 드문드문 올리지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가 아침저녁 세번씩은 생각하고 사는데

오히려 그 생각이 가벼운 글도 못올리게 한 것 같아서 ,

마침 오래된 블로그 일기를 누가 꺼내 읽고 좋아요를 눌러줬길래 그 글을 가져왔습니다.


요런 글은 조회수 나오기도 쉽지 않고, 정보성이 아니니 공유도 적겠지만

생각해보면 제가 왜 ..? 조회수 신경을 쓰게 되었나 싶네요.  브런치 구독자수가 1000을 넘으며 ‘포폴에 담을 수는 있을 정도’가 되어서 인가. 참나


대학생 때 브런치란 플랫폼을 처음 알고 혼자 이생각 저생각 했던 글을 올렸을 때 5, 10 조회수에도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주위 친구들만 글을 읽어줄 때니 가볍게 읽고

나는 네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했어, 나는 저렇게 생각했어 하고 감상평 아닌 감상평으로 수다를 떠는 게 재미었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맨 처음 올린 글 - 십자가 어쩌구 - 를 읽고

연수 네가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다며 글귀를 붓글씨로 한자한자 적어준 지인에게 샤라웃 해봅니다.

짱짱맨


브런치를 방치하지 않을거야..


언젠간 내 분수에 맞고 어떻게 우연으로 구독을 눌러주신 분들이 두루두루 몰입할만하고 유용하다 느낄 딱 맞는 글 - 트렌드든, 정보성글이든, 이런 주절주절 글이든 - 을 쉽게 쓸 수 있길 바라며

이걸 읽고 나는 어땠는데, 라고 신나게 떠들어줄

어느 또 다섯명을 위해 오늘의 글 끝!


(아참 제 글 중 특히 읽고 싶은 유형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 환영입니다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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