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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Sep 13. 2021

이벤트적인 인간 유형을 예찬하며

어떤 인간적 유형에 관한 고찰

이벤트적인 캐릭터라는 것이 존재할까? 주변에 한 명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 매사에 시니컬한 부정적인 사람이나 혼자만 올바르다고 착각하는 원리주의자들과는 정 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간 유형이 이러한 이벤트적 캐릭터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용어가 전문적인 뉘앙스는 없더라도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이 사람 덕에 우리의 공동체가 훨씬 다이내믹하고 영감이 넘치고 활력이 생긴다. 이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식구의 한 명일 때, 혹은 연인일 때 다양한 경우를 연상해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당연히 이벤트와 스토리를 지양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사에서 부족한 이야기들이, 메마르고 단조롭고 견딜 수 없는 무료한 일상에 순간적으로 굉장히 간단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부여한다. 한마디로 사랑에 빠지는 인터페이스를 잘 작동시킨다. 소위 이야기라는 것은 오랫 옛날의 구전으로 전해진 동화, 성경, 신화 등으로만 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그들은 일상에서 수많은 드라마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들의 반짝이는 창의적인 스토리에 휘말리고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축제에 함께 이끌려 본 사람들은 그것이 설사 어떠한 고갈이나 파국을 맞게 한다 하더라도, 다시금 생각나게 하고 함께 껴안고 번지점프를 하고 싶도록 다시금 충동을 이끌어 낸다. 이것은 어느 정도 중독에 가까운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이 그만큼 반대급부로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차라리 리스크를 떠안고 매일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지만, 우리에겐 그만한 반짝이는 희열의 순간들이 필요 한지도 모른다.


 

이벤트는 과연 언제 끝이 날까? 글쎄 아무도 모른다. 그 캐릭터는 함께 뛰어내릴 동반자들을 찾아서 언제든 그 창의적인 재치를 끊임없이 발휘할 테니까. 그 이벤트 덕택에 많은 일들과 성취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년 벌어지는 비엔날레 미술전시, 재즈나 록 페스티벌, EDM 축제 등이 없다면 수많은 창작자들은 또 어떻게 먹고살까? 어지러울 정도의 문화행사도 일종의 이벤트로 초대하는 극적인 드라마로 숱한 서사들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한편 이벤트는 일상의 작은 호흡과 발걸음을 또한 돌보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일이나 어떤 회복들은 반드시 고유한 속도도 필요로 한다. 그 속도와 발걸음들은 그 독자적인 속도로만 어떤 장소로 만남과 열매들로 이끈다. 또한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려내지도 못한다. 개성들의 집합인 공동체는 때론 예상치 못한 커다란 시너지를 내고 정오의 햇살처럼 그림자 없는 성과를 어떤 광야에, 혹은 무료했던 나의 일상 공간에 예기치 않은 기쁨으로 우뚝 세우기도 한다. 이것이 인간의 이벤트나 인위적인 스토리들이 이끌어 내지 못하는 섭리에 닿은 삶의 신비한 열매들이다. 


해운대 갤러리카페 래빗에 걸린 이진희 작가의 그림


이벤트적인 인간 유형이 여러분들의 주위에 있다면 그건 큰 행운일 수 있다.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길 빈다. 어쩌면 성공적인 사업에 이르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지도 모른다. 한 번쯤 노래방이나 회식자리에서 즐겁게 어울리다가 가족의 전화를 받고 늦어진 막차시간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음, 무슨 교훈적인 이야기냐고? 나는 이벤트적인 캐릭터들이 나쁜 것도 권장할만한 것도 아닐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여러분이 여러분들의 속도나 시간 안에서 그것들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필요한 거리감도, 활용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짚어 보는 것이다. 이벤트는 적어도 상호 교환적인 대화 같은 것들은 아니다. 어쩌면 지독한 공허함이나 외로움, 또는 애정 결핍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더 심한 경우에 (뭐 이런 경우가 드물지만 있을 수 있다.) 그 내적인 중심은 카오스에 닿아 있을 수도 있다. 무질서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꼰대 같은 표현으로, 내가 겪어 봐서 아는데.. 글쎄 알아서 잘 어울려야 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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