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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Sep 01. 2022

놀멍 쉬멍 우리의 신혼여행 / DAY1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어딘가에서

 눈을 떴는데, 아직 제주였다. 어마어마한 짐들이  밑에 그대로 있었다. 친구들은 옆동과  옆동에서 잠들어 있었고, 밤새  피웠던 귤나무 장작이 숯이 되어 화로대에 남아있었다. 의외로 결혼식이 열렸던 잔디밭은 깨끗했다.

 아직 제주였다.


 우리는 제주에서 결혼했고, 제주에서 신혼여행을 하기로 했다.

 구좌에 있는 오래된 고택을 빌려  잔디밭에서 결혼식을 했고, 안덕면 어딘가에 신혼여행을 위한 집을 빌려두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의 결혼식 짐을 정리하고 신혼여행을 위한 자리이동을 해야한다.

 , 눈을 뜨기도 버거운데 보통의 사람들은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하고 바로 열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신혼여행을 가다니 체력이 굉장한  같아, 하고 말했더니

 짝꿍이 그러니까 젊을  결혼하라고 하는 건가봐, 한다.

(그러니까 늙었으니 결혼을 하지 말걸 그랬지.)


 짐을 꾸역꾸역 쌌다. 다시 차에 테트리스를 하듯이 차곡차곡 쌓아야 이동할  있었다.  곳에서 고집한 야외웨딩의 피곤함이라니

 친구들을 차례로 보내고, 숙소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떠났다.

 파릇한 잔디도, 쾌적한 숙소도 이제 안녕!

 다음에 다시 행사가 아니라 여행으로 올게요. 정말!

 시부모님의 숙소에 가서 반납할 어머님들 한복을 내려두고, 잠시 스몰토크를  다음에 (이런거 평생  익숙해지겠죠. 가시방석…) 아직 밥을 먹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고 총총 출발했다. (뭐든 필요한 핑계거리, 주머니에 많이 넣어두고 쇽쇽 꺼내들어야지.)


 먹고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아서 가는 길에 있는 블루보틀에 내렸으나 사람이 너무 많고 짝꿍이 마스크를 벗기 싫어해서 원두만 사서 떠났다. (블루보틀 마시고 싶은데,   사람들은  많은데 당연한데)

 인터포레스트라는 작은 카페를 찾아서 커피와 당근주스를 마셨다. 느긋한  기분.  

 모끈모루숲에서의 짧은 산책과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들을 구경하는 즐거움. (힘내요!)


 우리의 방앗간이  하나로마트에서 잔뜩 먹거리를 사서 도착한  숙소.

  부탁합니다.

(그리고는 기절하듯이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밥도 먹고 디저트도 먹었다. 아무래도 외출을 잘 못할 것 같은  잠자는 여행의 시작)


 오늘까지 꼭 먹어야 하는 웨딩케이크, (떡케익)

 하나로마트산 순대는 존맛탱이고, 짝꿍은 오늘도 홀로 회를 드십니다.

 제주 막걸리는 꼭 녹색 뚜껑으로 사야 국내산 쌀이에요.


 잘 놀아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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