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끝나는 하루
너무 졸리다.
도통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시계를 봤다, 잠이 들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또 잠이 들었다. 이대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늘의 점심 약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달려가자.
서귀포 시내로 달려갔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지인과의 점심 약속이었다. 건강한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식당이라 추천한다고 한 그곳에서 정말 맛있는 한 끼를 먹었다.
결혼을 축하받으며 귀여운 케이크와 와인도 받았고, 와인 안주도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
(더 사 왔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다. 한번 더 갈까?)
알리오 올리오가 정말 맛있었다고 짝꿍은 벌써 대여섯 번쯤 말하고 있다. 나의 햄버거 스테이크도 일품이었다. 아직 먹어보지 못한 다른 메뉴들도 정복하고 싶다.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커피를 한 잔 하자, 하고는 귀여운 카페도 갔다. 여섯 번의 보름이 지나면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카페의 이름은 ‘여섯 번의 보름’이다. 멍하니 남의 담벼락을 풍경삼아 커피를 한 잔, 빙수를 한 컵.
해가 예쁘게 드는 공간이었는데, 작은 마당이 있는 단층의 건물이 요즘 너무 좋아진다.
이 정도로 작은 마당이 있으면 참 좋겠지? 하고 짝꿍에게 물었더니
피식- 하고 짝꿍이 웃고 만다.
서귀포에 왔으니까 약수터도 가야 한다. 약수를 받는 의식은 매우 중요하니까.
이곳 사장님의 반려인은 제주의 지인이기도 하고, 결혼식에 와 준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녀는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요일이라 접선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남겨본다.
맥주 두 잔을 시음하고, 세 병을 곱게 모시고 숙소로 돌아가야지.
오늘도 방앗간인 하나로마트를 들렸고, 초저녁 잠을 자다 저녁 끼니때를 놓쳤다.
뭐 별 수 없이 오늘도 적당히 밀키트와 하나로마트표 횟감이다.
먹곤 다시 잠들겠지.
무엇을 하고 있냐고 친구들이 물어, 그냥 잔다고 했다. 정말로 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