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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Sep 09. 2022

놀멍 쉬멍 우리의 신혼여행 / JEJU DAY8

아니야 지금이라도 찾아서 다행이야.

 

 다시 커피를 내리는 아침. 지난밤엔 짝꿍이 설거지를 해주다가 드리퍼를 깨 먹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큰맘 먹고 장만한 건데!

 여행용 세트에 꼭 맞는 드리퍼를 구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아서 슬퍼졌다.

 짝꿍은 쿨하게 다시 새로 사. 사줄게. 하고 말했는데, 그건 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닐 것만 같았다.

 이빨이 빠진 세트를 다 버려야 한다는 것도 불편하고, 새로 산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것도 싫었다. (다 싫었네)

 한숨을 쉬던 짝꿍은 물을 사러 나가는 김에 드리퍼를 봐준다고 했는데 여기는 제주도… 산골…

 작은 거름망을 당당하게 사 온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그걸로 뭘 한다는 건지…

 아휴… 네 커피는 네가 내리든지 말든지.

 나는 하나 남은 드립백을 사용하련다!



 아침은 하나로마트 농협에서 사 온 흑돼지 주물럭과 간밤에 먹고 남은 찌개다. 오늘도 아침이 늦었고 우리는 느릿느릿.

 태풍이 오고 있어서 비바람이 전투적으로 불고 있었다. 오늘은 크게 움직이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제주에서도 집콕이네!

 괜히 또 설레는 기분이다. 숙소가 진짜 집 같아졌다.



 밥을 먹고 뒹굴거리다가 근처 마사지샵에 예약전화를 했다. 며칠 전부터 어깨가 등이 허리가 아프다고 골골거리면서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리조트 내에 있는 마사지샵이었는데 다행히 예약이 가능했다.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퉁치자, 하다가

 나가는 김에 맛있는 커피나 마실까 싶어졌다.

 드리퍼가 없어서 커피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천천히 밖으로 나갔더니 제주는 모든 사람들이 일시정지 상태이다.

 문과 창이 다 닫혀있는 거리에 우리만 천천히 달리고 있다.

 카페가 모여있는 거리에 문 열린 가게는 한 곳이었다. 고민 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몹시 성공적!!!


 정신없이 커피를 고르고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사진도 없다.

 정말 찐이다.

 진작 이런 곳을 찾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니야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마사지도 성공적이었다. 우리 그동안 너무 긴장하고 뭉친 상태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눌리는 곳마다 반응이 왔다.

 한 번에 괜찮아질 것 같은 몸은 아니지만, 오늘 푹 쉴 수 있으니까.

 말랑말랑 바닥에 떡이 된 것처럼 붙어보자 우리.



 돌아오는 길에 참새방앗간에서 다시 또 회를 한 접시 사고 (저는 물고기를 안 먹습니다.) 밀키트 사 둔 순두부찌개를 끓여먹으면서 뒹굴거렸다.

 욕조에 물을 받고 멍 때리기도 하고, 가볍게 와인을 한잔 하기도 하고.

 둘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네요.

 이런 게 신혼여행의 묘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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